[기자수첩] 꼬박꼬박 찾아오는 ‘꾸벅꾸벅’ 논란

입력 2021-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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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연 사회경제부 기자

“설마 방금 잔 거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은 중앙지법에서 가장 큰 법정이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두 번 이 큰 법정의 피고인석에 늠름하게 앉아 있는 한 남성이 있다. 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재판을 지켜보면서 팔짱을 끼기도 하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이때 기자들에게 최대 난제가 찾아온다. 그는 깊은 생각에 빠진 것일까, 꾸벅꾸벅 졸았던 것일까.

그의 첫 재판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법정에는 검사들과 변호인들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오가며 긴장감이 흘렀다. 방청석은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항상 북적였고 뜨거운 취재 열기로 ‘탁탁탁’ 노트북 자판 소리가 재판 내내 법정에 울려 퍼졌다. 150석 방청석은 항상 방청객들로 가득 찼고,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법정 뒤에 서서 몇 시간이고 재판을 지켜봤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관련 혐의 재판은 올해 3년째를 맞이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은 이달 150회차를 돌파했고, 재판기간만 만 2년을 넘기며 공식적으로 대법원 장기미제 사건에 등록됐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 처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등 전·현직 법관들의 재판 역시 무기한 연기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은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유죄가 선고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재판부가 다음 정권까지 재판을 무기한 연기하다가 결국 무죄 선고를 내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후배 법조인이 전직 대법원장을 상대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데 설상가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는 사람이 다수다.

양 전 대법원장의 팔짱, 졸음 논란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피고인 양승태가 일반적인 피고인 그 이상의 대접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피고인 양승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라는 암묵적 동의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기 전 꼬박꼬박 찾아오는 그의 ‘꾸벅꾸벅’ 논란이 이제는 마침표를 찍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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