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로맨스엔 나이를 묻지마라고?, ‘뉴욕의 가을’

입력 2021-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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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가슴을 아리는 로맨스 영화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일단 두 남녀는 신분, 경제력, 나이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주위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이 커플은 목숨을 걸고 사랑을 하며 결국 사랑을 쟁취한다. 그러나 달콤한 시간도 잠시, 한쪽이 불치의 병을 앓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파국을 맞게 된다. 해피엔딩이 주류를 이루지만 오히려 슬픈 결말이 여운을 짙게 주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로 에릭 시걸 원작의 ‘러브스토리’가 생각난다. 올리브(라이언 오닐)와 제니(알리 맥그로우)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루어지는 슬픈 러브스토리의 전범에 가깝다. 어쩌면 영화의 틀에서 사랑 이야기는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영화 ‘뉴욕의 가을’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진 못한다.

남자는 거울을 보면서 실제보다 더 잘 생겼다고 느끼고, 여자는 그 반대로 자신의 기대만큼 얼굴이 미치지 못한다고 느낀다. 여기에 하나 더 위험한 착각이 있다. 어느 정도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닦은 중년 남자들은 젊은 여자들에게도 아직 충분히 어필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가끔 사회면에 실리는 추문들도 이런 망상 덕분이다. 제발 개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그저 가슴속에 착각을 잘 넣고 다니시길 바란다. 뭐가 아쉬워서 젊고 이쁜 여자가 느끼하고 늙은 아저씨를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영화 ‘뉴욕의 가을’은 사정이 다르다. 남자 배우가 무려 리차드 기어다. 돈 많고 여유 있는 뉴욕의 레스토랑 사장 윌 케인(리차드 기어)은 50에 가까운 나이이지만 천상 자유인 바람둥이다. 어느 날, 샬롯 필딩(위노나 라이더)이 윌의 레스토랑을 찾을 때 예의 그 나쁜 버릇이 나오고 만다. 이번에는 겨우 스물한 살에다 심지어 옛 연인의 딸이기도 하다. 플레이보이답게 순진한 샬롯을 유혹하고 샬롯은 이내 윌에게 빠지고 만다. 샬롯의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났기에 샬롯의 할머니는 손녀마저 윌에게 상처받지 않기를 원한다. 왜 안 그러겠는가?

지적이고 독립심이 강하며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가진 그녀는 그동안 윌이 가져왔던 사랑에 대한 편견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윌은 더 깊어지는 사랑에 부담감을 느끼고 떠나려 하지만 아뿔싸 샬롯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솔직히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두 단어가 영화 제목이라 눈에 더 확 띄었다. 코로나 시국에 뉴욕이 웬 말이며 푹푹 찌는 이 더위에 가을은 또 얼마나 그리워지는 계절인가? 여기에 달달하고 애잔한 사랑 이야기까지 있으니 지금 딱 보기에 적당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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