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주치의, “아파도 아픈 티 안 내는 안타까운 환자”…감동 일화에 뭉클

입력 2021-08-0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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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사진제공=FIVB)
▲김연경 (사진제공=FIVB)

배구선구 김연경(33)의 주치의 김진구 명지병원장이 김연경 선수의 일화를 공개해 감동을 안겼다.

4일 김 원장은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터키와의 8강 승리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즌마다 최소 두세 번은 병원을 찾는 김연경은 내게는 응원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환자였다”라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김 원장은 “처음 진료실에서 본건 15년 전 18세의 나이,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 연봉 5천만 원의 새내기인데 이미 스타였다”라며 “이 친구는 점프, 착지할 때마다 아파서 뛰기 힘들 정도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약 처방, 강력한 소견서로 휴식을 취하게 했고 중대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게 재활 치료를 최소 6주간 하기를 권장했지만, 며칠 후 TV를 보니 멀쩡하게 뛰고 있더라”라며 “그것도 그냥 뛰는 게 아니라 그 선수 하나 때문에 인기도 없던 여자 배구가 인기 스포츠로 올라가는 게 느껴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스파이크만으로 김연경 선수를 기억하겠지만 그녀는 공격수 중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이자 백어택이 가장 무서운 선수”라며 “힘든 티, 아픈 티를 한 번도 내지 않고 계속 코트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사기꾼(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빈틈이 없어 상대 팀 선수들도 두렵고 존경하는 선수인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김 원장은 2008년 김연경이 부상 상태로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소화한 뒤 병원에 방문한 일화를 전하며 “우측 무릎 관절 안 내측 반월상 연골이 파열되어 무릎 안에 조그만 덩어리가 걸려 있었고 수술은 불가피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구단은 국가대표로서의 경기를 포기하고 김연경에게 수술을 권했다. 김 원장 역시 선수 보호를 위해 수술을 권했지만 김연경은 “아 식빵, 뛰어야지요. 저는 선수인데. 대한민국 선수란 말이에요.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해요. 아픈 건 언제나 그랬단 말이에요”라며 국가대표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수술을 받아야만 했던 김연경은 눈물을 흘리며 동의서에 사인했다. 이를 지켜본 김 원장은 “그녀는 혼잣말로 들리지 않게 ‘식빵 식빵’을 외치며 닭똥 같은 눈물을 조용히 흘렸다”라며 “ 김연경이 입원한 며칠 동안 여자 배구 선수들을 다 본 것 같다. 그 후로 난 여자배구의 팬이 됐다”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이번 올림픽 대표팀은 최근 10년 중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고 예선 통과가 어렵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김연경 선수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라며 “그런데 지금 우리는 커다란 감동을 보고 있다. 결과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김연경 선수를 위해 박수를 아끼지 않겠다”라고 무한 응원을 보냈다.

한편 김연경이 속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오는 6일 오후 9시 30분 브라질과 4강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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