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 5종 첫 종목인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정진화(32·LH)와 전웅태(26·광주시청)는 남성부 5위와 9위, 김세희(26·BNK저축은행)는 여성부 2위에 올랐다. 상위 10명 안에 이름을 올리며 메달 획득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는 선수들이 각자 남은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른 여성부 김세희는 24승 11패를 거두며 전체 2위를 차지했다. 김세희의 펜싱 장갑에는 ‘지금 이 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김세희는 “심리 담당 박사님이 뮤지컬 음악 ‘지금 이 순간’을 들어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생각나 구멍 난 장갑을 바꾸며 쓴 글”이라면서 “오늘 이 경기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게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세희는 도쿄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위해 유럽 지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걸린 바 있다. 이에 대해 “폐렴 의심 소견을 들었을 때는 많이 울었다”며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듣고 이후에는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가 첫 올림픽 출전인 김세희는 펜싱 랭킹 라운드 2위로 멋진 데뷔전을 치르고 6일 다른 종목 경기를 남겨뒀다. 그는 “오늘은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한다는 생각으로 한 종목씩 생각하겠다.”며 “내일도 돌아오지 않으니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김세희와 함께 출전해 19승 16패로 14위를 기록한 김선우(25·경기도청) 역시 6일 잔여 종목에서 순위를 겨룬다.
뒤이어 남성부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는 정진화가 23승 12패로 5위를 차지했다. 정진화는 “올림픽이라 긴장감 속에 다른 경기보다 신중하게 했지만 나름대로 잘 풀어나갔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정진화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 17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는 이전 올림픽에 비해 큰 성적 향상을 이뤘다.
그는 “5년 전보다 집중력이 향상되고 경험도 작용하는 것 같다”며 “긴장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방법을 알게 된 게 나아진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간에 안 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잘 이겨냈다”고도 덧붙였다.
정진화는 “컨디션 회복을 잘해 남은 종목에선 계속 순위를 올려가겠다”며 잔여 종목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함께 출전한 전웅태는 21승 14패를 거두며 9위를 기록했다.
전웅태는 근대5종 세계랭킹 4위로 이번 대회 메달 후보로 꼽힌다. 리우올림픽에서 육상과 사격이 결합한 레이저 런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웠으나 펜싱 등 다른 종목에서의 부진으로 19위에 그쳤다.
메달권을 노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펜싱 랭킹 라운드 25승을 목표로 했지만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전웅태는 “초반에 긴장하는 바람에 제 기량을 못 펼쳐 아쉽다”며 “조금만 더 (경기를) 잡았더라면 더 높은 위치에서 다음 경기를 치렀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또 “초반에 실수가 많았는데, 힘 빼고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주문을 받고 경기를 풀다 보니 득점이 나왔다”고 경기 양상을 설명했다.
이어 수영, 펜싱 보너스 라운드, 승마, 레이저 런 등 남은 종목 일정에 대해 “변수가 많은 만큼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며 “펜싱보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마무리를 잘해 5년 준비해 온 모든 것을 끌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종 순위를 가리는 근대5종 남성부 잔여 종목은 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