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던 토론배틀 '나는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는 지난달 5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결승전 결과에 따라 대변인 자리에 임승호·양준우, 상근부대변인 자리에 신인규·김연주 씨가 선임됐다. 이들은 직무 연수 후인 지난달 8일부터 공식적으로 대변인 활동을 시작했다.
부임한 지 한 달을 넘어가는 시점. 일각에선 이들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 대표가 공을 들인 것 치곤 활약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양 대변인이 SNS를 통해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의 안산 선수와 관련해 '페미니즘' 이슈에 불을 지폈다는 이유로 '이준석이랑 다를 게 없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대변인단의 생각은 다르다. 묵묵히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국민의힘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다. 임기 초반,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대변인단. 이투데이는 취임 한 달을 맞이한 대변인단의 공과를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분석했다.
대변인단의 시작은 달콤했다. 이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도는 높아졌다.
면면도 독특했다. 임승호 대변인은 황교안 전 대표 시절 공개 오디션을 통해 자유한국당 청년대변인을 맡았었고 바른정당에서도 청년대변인을 지냈다. 그는 당시 소감을 통해 "대변인단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이준석 대표의 정치 실험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이라고 본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준우 대변인은 취업준비생이었다. 그는 "며칠 전만 해도 집에서 게임을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던 취준생이 제1야당 대변인이 됐다"며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라는 의미를 잘 새기겠다"고 말했다. 김연주 상근부대변인은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복귀를 상징하며 귀감이 됐고,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상태로 부대변인까지 맡아 화제가 됐다.
시청률도 높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 기준으로 지난달 5일 TV조선에서 방송된 ‘나는 국대다’ 시청률은 4.8%로 집계됐다. 한 주 전 같은 시간대 TV조선 시청률인 2.5%보다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문자 투표도 12만 명이 넘게 참여하며 크게 화제가 됐다.
이 대표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표의 언론 인터뷰 자리에는 대변인단이 동행했다. 이 대표는 이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여러분이 맡은 직은 단순히 대변인직이 아닌 대한민국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당직 공개선발 결과물인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양 대변인의 개인 SNS였다. 세간의 관심이 주목된 만큼 대변인의 개인 SNS 발언까지 화제가 된 것이다.
양 대변인은 화제의 인물인 도쿄올림픽 양궁의 안산 선수와 관련한 메시지로 언론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약 레디컬 페미니스트가 공론의 장에서 여성우월주의적 주장을 한다면, 나는 비판하겠다"며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해당 내용은 앞뒤 문맥을 고려했을 때 '안산=페미니스트'라는 내용이 아니었음에도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양 대변인은 조간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이에 더해 2일 이 대표가 양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논평 형식이 아니라 본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며 "여성 혐오라고 하는 개념을 조금이라도 본인이 썼거나 거기에 대해 부적절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제가 징계하겠다"고 말해 양 대변인을 감싼다며 논란이 됐다.
양 대변인은 6일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기사가 기사를 놨고 그 기사가 또 기사를 낳는 그런 과정이 있지 않았나 싶다"며 "처음에 전하려고 했던 원문과 많이 달라져서 주제가 뽑혀 나간 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어찌 됐건 정치권에 들어와 있고 정치 한 달 차지만 그런 맥락이 아니었다, 원문을 봐야 한다, 오해가 있다는 표현 자체도 사실 불합격"이라며 "오해 자체가 불거지게 글을 썼다는 것 자체에 조금 반성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 대표가 힘을 쏟았음에도 양 대변인이 이슈가 됐던 것 외에 크게 두드러진 적도 없었다.
국민의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존재감이 없는 것 같다"며 "방송에도 별로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 체제에서만 대변인을 저렇게 뽑고 다음부턴 안 할 것 같다"며 "거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크고 작은 비판에도 대변인단은 적응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대변인단은 본인들의 한 달에 대해 지금까지 비교적 무탈하게 잘해냈다며 국민의힘의 입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평가했다.
임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 "대변인이라는 직책이 그런 소리를 들으면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보이는 곳에서 대변인이 여기저기 튀게 해서 자기 정치를 충분히 할 수도 있겠지만,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그림자 같은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임승호의 정치를 하고 그런 자리는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며 "그런 평에 아쉬운 마음이 솔직히 없지는 않지만, 대변인 직책이 기본적으로 그런 자리이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 대변인도 "적응 기간이라는 게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배움의 기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쉽다는 의견에는 깊이 반성한다"고 얘기했다.
한 달 동안 대변인직을 수행하며 뿌듯함도 느꼈다. 김 부대변인은 통화에서 "논평이 언론에 인용될 때 보람을 느낀다"며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시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신 부대변인도 통화에서 "한 달 동안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며 "이 업무가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대변인으로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변호사 업무도 한동안 겸임해야 했던 신 부대변인은 "방송에 많이 못 나간 부분이 조금 아쉽다"라며 "일을 한 번에 다 하니깐 힘들었다"고 얘기했다. 임 대변인은 "방송에 나갈 때 생방송이다 보니 말실수했을 때 제가 다치는 건 상관이 없는데 당의 지지율에 영향을 줄까 봐 마음속에 약간의 불안함은 있다"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기를 5개월가량 남긴 대변인단은 당의 '입'으로서 역할도 충실히 하면서 개인의 목소리도 내겠다고 다짐했다.
임 대변인은 "한 달이 지난 만큼 당의 입장을 대변해서 기본적으로 목소리를 내겠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당이 매우 혼란스러워지고 지금도 그럴 조짐이 보인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제가 보는 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조금씩이라도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대변인은 "통일된 의견, 공통된 의견 혹은 내밀한 속사정들을 알고 당의 통일된 의견을 전달하는 전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배틀을 통해 올라간 만큼 개인으로서 톡톡 튀는 의견도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전달자 역할도 좀 더 수준 높게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개인의 의견이 있다면 SNS를 통해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얘기했다.
신 부대변인은 "5개월 동안 정권교체를 위해서 저는 열심히 뛰는 것"이라며 "당내 화합이랑 경선의 안정적 관리 등 당 걱정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도 "이제 선거관리위원회 체제로 넘어가면 토론이 수차례 걸쳐서 있을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 역할을 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나름대로 기대한다"고 얘기했다.
젊은 층에도 인기를 끌고 정치 참여의 장을 열었던 이 대표의 '나는국대다'는 탈락자에게도 기회를 줬다. 물론 국민의힘 자체적으로 기회를 준 건 아니지만,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인물들이 대선 캠프에 들어가게 됐다.
최재형 예비후보의 열린캠프에는 나는 국대다 16강에 올랐던 백지원 씨, 8강에 올랐던 민성훈 미국 변호사와 장천 변호사가 청년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원희룡 예비후보의 캠프에는 홍보 담당으로 8강에 올랐던 황인찬 씨가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국대다 시즌2인 정책공모전도 진행 중이다. 본래 6일 결선을 앞두고 있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미뤄졌다.
결선에 오른 10개의 정책공모 제안자는 나잇대도 다양하다. 20대 이하 5명, 30대 3명, 50대와 60대 이상 각 1명이었다. 20대 이하에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있다.
이 대표는 이번 행사에도 직접 심사에 참여했다. 4일 결선에 오를 10개 정책을 고르기 위해 정책공모전에 참여한 이 대표는 "대선 승리의 그 날에 다다르게 되면 오늘의 이 정책을 위한 노력이 국민 참여가 가장 기저에 깔린 우리의 승리 원천이었음을 기억할 것"이라며 "좋은 정책을 추려서 공개와 개방, 공유가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을 한번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