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꿈이 있다면 인생은 '희극'…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입력 2021-08-08 13:39 수정 2021-08-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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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넘버·메시지에 유쾌한 캐릭터·대사 조화로워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스틸컷.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스틸컷.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현실은 좌절뿐인 승돌의 인생은 비극이나 다름없다. 지금의 지긋지긋한 현실이 왠지 '그 사나이' 때문인 것 같아 과거에 원망만 가득하다. 하지만 2021년의 시점에서 승돌이 마주한 1987년은 생각보다 유쾌하고 희망차다. 누구나 꿈을 꿀 자격이 있었고, 꿈을 꾸는 행위엔 설렘이 기저 했다.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연출 황희원) 배경인 '그 시절' 샛별 다방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승돌을 홀로 키우며 다방을 운영하는 엄마 홍미희, 만년 솔로지만 따뜻한 선생님 황태일, 다방에서 일하지만 배우란 꿈을 간직한 김꽃님, 7전 8기 배달원 고만태 등 별 볼 일 없는 이 사람들은 별 볼 일 없는 이 다방의 고정 멤버다.

어느 날 뉴페이스가 '홀연히' 다방에 등장한다. 왠지 미스터리한 '사나이'는 자신을 영화감독이라고 소개한다. 어른아이 승돌은 의심 가득한 눈길로 사나이를 대한다. 사나이는 외모부터 허세가 충만해 보인다. 자줏빛 바탕에 스트라이프가 새겨진 턱시도를 입고 흰 모자를 쓴 채 한껏 멋 부린 모습이다. 그런데 밥도 잘 얻어먹는다. 대본을 쓴다면서 결과물은 없다.

꿈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던 샛별 다방 사람들은 어느 순간 사나이에 빠져든다. 통장의 6만4000원이 영화 속에선 64억 원이 된다는 말을 떠올리며, 이들은 사나이가 들고 온 카메라 속에 자신들의 꿈을 심는다. 홍 마담은 말한다. "엄마는 참 좋다, 저렇게 평범한 사람들한테도 조명을 비춰주는 게."

이 모든 과정에 코미디가 심겨 있다. 때로는 비논리적이기도 한데 웃음 터져 나온다. 작정하고 웃기려는 시도가 느껴지는 것도 웃음 포인트다. 마음을 열어놓고 보다 보면 사나이의 뻔뻔함, 샛별 다방 사람들의 순수함, 승돌의 애쓰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황희원 연출, 오세혁 작가, 다미로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했다는 것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사나이 역은 정민·박민성·수현, 승돌 역은 손유동·최민우·김태오, 홍미희 역은 한보라·이현진, 황태일 역은 유성재·황성현, 김꽃님 역은 조은진·김수진, 고만태 역은 장재웅·김효성이 맡았다.

특히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는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가슴 깊이 이해하게 하는 극이다. 많은 이들이 일상에 지친 나머지 꿈을 꾸던 그 시절이 얼마나 찬란했는지 잊고 산다. 현실의 문제를 가볍게 건드리는 듯하지만, 꽤 묵직한 기분을 안고 극장을 나서게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꿈을 꿀 생각에 설레기까지 하다.

9월 26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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