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올림픽을 종주한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대회가 연기되면서 많은 선수가 눈물을 삼켰다. 무대 뒤에서 흘린 구슬땀의 결실로 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한 이가 있는 반면 빈손으로 돌아서는 일이 허다했다. 그러나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없이 선수들은 모두 ‘자신만의 드라마’를 썼다. 비록 메달은 못 땄지만 ‘감동’을 선사한 올림피언들의 활약을 모아봤다.
2012 런던 대회 4위·2016 리우 대회 5위를 이끌었던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은 이번 대회에서도 여자 배구 대표팀의 4강을 이끌었다.
김연경은 전 경기 풀타임 출전하며 팀의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매 경기 득·실점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 선수들을 독려하고 작전을 지시한 끝에 8강전에서 세계 랭킹 4위 터키를 제압한 뒤에는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브라질과의 4강전을 앞두고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목에 피가 나도록 소리 지르며 뛰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갈채를 받았다.
김연경은 8일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여자 배구팀의 4위를 확정 지은 뒤 “오늘 경기가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경기”라고 밝히며 국가대표 공식 은퇴 선언을 했다.
황선우(18·서울체고)는 한국 수영의 장래가 밝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 올림픽 남자 자유형 50m·100m·200m와 계영 800에 출전한 황선우는 ‘아시아 수영의 희망’이었다.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을 기록하며 박태환이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세운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열린 남자 자유형 100m에서도 47초97로 한국 신기록, 다음날 열린 준결승에서는 47초56으로 한국 신기록과 아시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또한, 한국 수영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승이라는 기록을 작성했다.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한국 육상에서 25년 만에 올림픽 결선에 올랐다. 한국 신기록인 2m35를 넘으며 한국 트랙&필드 역대 최고 순위인 4위를 기록했지만, 2㎝ 간발의 차로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우상혁은 “결과를 빨리 인정하면 행복도 빨리 찾아온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후회 없이 즐기고 싶었다“고 말해 ‘올림픽 정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했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서 한국 다이빙 역사상 처음 결승행 무대를 밟았던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한국 다이빙 간판’이라는 기대감에 화답했다.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서 우하람은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에 오른 데 이어 최종 4위를 차지하며 한국 다이빙의 올림픽 기록을 다시 썼다.
다이빙 종목은 중국의 압도적인 강세 속에 영국·미국 등이 정상을 다투는 종목이다. 23세 우하람은 그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3년 뒤 파리올림픽에서 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탁구는 신유빈(17·대한항공)이라는 차세대 스타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탁구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기록을 세운 신유빈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58세 베테랑(니시아렌·룩셈부르크)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세계 랭킹 15위(두호이켐·홍콩) 선수와 접전을 벌이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