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ㆍ자원순환에 투자 늘려야
사회적 부작용 고민없다 지적도
이에 따라 이제 탄소중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과제가 됐다. 기후위기는 물론 국제적 연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당장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용을 물리는 ‘탄소국경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올해 5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했다. 사회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확산하는 한편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와 추진 전략 마련을 진행 중이다.
탄중위는 출범 2개월 만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시나리오에는 탄소중립을 향한 정부의 강한 의지와 함께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다만 베일을 벗은 정부 시나리오는 여러가지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단체는 ‘완벽한 탄소중립’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고 업계는 과도한 목표 설정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비롯해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넷제로’가 아닌 ‘공감제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가지 안의 가장 큰 차이는 발전 부문이다. 1안의 경우 2050년까지 수명을 다하지 않은 석탄발전소 7기를 유지한다. 2안은 석탄발전은 중단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긴급 수요 차원에서 활용한다. 3안은 재생에너지의 공급비중을 늘려 석탄과 LNG 발전을 전량 중단한다.
탈원전에 이어 석탄과 LNG 발전까지 줄여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에 다가서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전을 배제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탈원전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이 비현실적인 건 지난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이미 입증됐다”며 “지금도 폭염으로 전력이 부족하니 원전 3기를 추가 가동해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탄 발전의 비중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국내 원료원별 전력거래규모 집계 합산 결과 석탄발전은 8조5599억 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출력 조절이 쉬워 보조 전원으로 활용되는 LNG 발전 역시 같은 기간 지난해 7조2819억 원에서 8조2817억 원으로 거래 규모는 1조 원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과정에서 원전을 비롯한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독운전이 불가능하다는 태양광과 풍력의 특성,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한다는 전력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재의 기술로는 원전 없는 탄소 제로는 불가능하다”며 “에너지 특성과 에너지 믹스(Energy Mix)를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추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탄소 제로로 가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비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용량이 2017년 24기 22.5기가와트(GW)에서 2021년 24기 23.25GW, 2024년 26기 27.2GW로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에 이번 폭염으로 인한 전력 부족은 탈원전과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전환 정책’은 60여 년에 걸쳐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이어서 현재 보유한 원전 설비 활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종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의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공급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탈원전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까지 최대 1400조 원의 설비투자비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전 본부장은 “송·변전 설비 등을 고려하면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난다”며 “발전비용 증가는 그만큼 전기료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인데, 지금보다 최소 2~3배의 인상 요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재원과 관련해 정부는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해 탄소 배출 저감으로 피해를 보는 업종 지원과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경제·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휘발유와 경유세 등의 수송용 에너지세와 유연탄, LNG 등 발전용 에너지세 체계를 바꾸면서 탄소세도 도입해 기금을 확충하고, 미세먼지·온실가스 저감, 물 관리, 자원순환 및 환경안전망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