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철근 가격이 한 달 만에 20% 가까이 올랐다. 장마로 한동안 멈췄던 건설 공사가 재개한 데 따른 영향이다.
철강사들은 철근 수급 불균형을 막고자 수출 물량 감축 등 특단의 조치를 시행한다.
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철근 가격 기준이 되는 SD400 제품의 톤(t)당 유통가격은 6일 122만 원이다. 약 한 달(지난달 9일, 104만 원) 전과 비교했을 때 17% 증가했다.
철근 가격은 올해 5월 말 예년보다 2배 이상 높은 톤당 135만 원까지 찍었다. 하지만 이후 철근 가격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장마 여파로 건설이 중단되는 등 수요가 감소해서다.
공급 증가도 철근 가격을 끌어내렸다. 건설사들이 철근 부족에 시달리자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제강사들은 철근 생산량을 늘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제강사들의 5월 철근 생산량은 90만5000톤으로, 전년 동기(86만8000톤) 대비 4% 증가했다.
철근 가격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세를 탔다. 장마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자 건설사들이 공사 재개를 위해 철근 구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재료인 고철(철 스크랩) 가격 급등도 철근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고철 가격(서울 도매가 기준)은 톤당 56만 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27만 원)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수입량 감소 등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 데 따른 결과다.
철근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3분기가 전통적인 철근 시장 성수기인 데다, 새로 지어야 할 아파트는 많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2019~2020년 전국 민영아파트 분양 물량은 54만9917가구이다. 2017~2018년(49만9855가구)보다 10% 상승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철근 수요(550만 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9%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제품 가격 상승에도 제강사들의 표정은 좋지 않다. 철근 생산라인은 완전가동하고 있음에도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하지 못해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 수입량도 주요 국가들의 인프라 투자 영향으로 줄어들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강사들은 철근 대란을 막고자 철근 수출 물량 일부를 내수로 전환한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은 올해 하반기 철근 수출 물량을 1000톤 미만으로 제한한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분의 1 이상으로 줄이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상반기에도 철근 수출 물량을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감축한 바 있다.
생산량 유지를 위해 설비 보수도 최소화한다. 동국제강은 올해 인천 1호 압연만 이달 중 보름가량 보수에 들어간다.
현대제철 또한 철근 공장 보수 기간 단축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합동점검단을 재가동해 사재기 등을 점검한다.
부처별로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철강사들의 생산설비 풀가동을 계속 독려한다.
관세청은 철근 수입과 출납 상황을 일일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국토교통부는 건설 대기업의 수요 분산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