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심사 면제' 주거 오피스텔, 같은 단지 아파트比 90%↑
도시형 생활주택(가구당 전용면적 85㎡ 이하·총 가구 수 300가구 이하 소규모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이 주택 분양가를 잡으려는 정부 정책에 구멍을 내고 있다. 아파트보다 더 비싼 값에 분양해도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분양하는 40가구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 '양재 비버리하임 3차'는 공급면적 3.3㎡당 분양가가 약 5000만~7000만 원에 책정됐다. 전용 49㎡형을 분양받으려면 11억8300만 원이 필요하다.
이는 국내에서 분양가가 가장 비싼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와 비슷하거나 웃도는 수준이다. 4월 원베일리는 공급면적 3.3㎡당 평균 5653만 원, 전용 46㎥형 기준 9억2370만 원에 분양했다.
6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분양한 '시티프라디움 더 강남 2차'도 웬만한 아파트보다 비싼 값에 청약 시장에 나왔다. 단지에서 가장 작은 전용 34㎡형 분양가가 15억 원을 넘었다. 3.3㎡당 1억 원을 웃돈다. 이런 분양가에도 48가구 모집에 481명이 몰려 청약 경쟁률이 10.02대 1까지 올랐다.
이들 단지가 이런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건 도시형 생활주택은 정부 분양가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어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분양가 상한제(토지비·건설비 원가에서 일정 범위 이상 이윤을 붙여 분양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 적용에서 면제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심사도 받지 않는다. 그간 문재인 정부에선 싼값에 새집을 공급해 시세 하락을 유도한다며 이들 제도를 강화했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이란 빈틈엔 손을 놓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사각지대가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릴 것이라고도 우려한다.
최근엔 오피스텔도 정부 분양가 통제를 무력화하고 있다. 오피스텔 역시 분양가 상한제와 HUG 고분양가 심사를 면제받기 때문이다.
지난주 경기 고양시 풍동에 지어지는 '더샵 일산 엘로이' 오피스텔은 펜트하우스란 이름으로 대형 호실을 분양했다. 펜트하우스는 전용 160㎡형과 247㎡형 두 가지로 공급됐는데 각각 약 30억 원, 46억 원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대형 호실이란 점을 감안해도 3.3㎡당 4000만~5000만 원꼴이다. 지난주 청약에서 '더샵 일산 엘로이' 펜트하우스는 평균 경쟁률 2.5대 1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함께 있는 주상복합단지에선 오피스텔 분양가가 같은 단지 아파트를 앞서는 경우도 생긴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에선 아파트 전용 84㎡형은 최고 4억8867만 원에 분양했는데 오피스텔 전용 84㎡형은 9억1660만 원에 공급됐다. 아파트보다 90% 가까이 비싼 값에도 오피스텔 역시 미분양 없이 완판됐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이 아파트보다 비싼 값에도 인기를 누리는 건 최근 주택난의 여파다. 아파트 청약 문턱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약 가점이 낮은 이들이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청약통장 유무에 상관없이 청약을 신청할 수 있고 당첨자도 추첨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이 있다 보니 수요자들이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이런 대체 주거 시설에 들어가려 한다"며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다 보니 최근 공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과잉 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