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규제에...기술재벌들 한 달 새 100조 날려

입력 2021-08-09 15:33 수정 2021-08-0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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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 설립자들 순재산 한 달 새 870억 달러 증발
재생에너지·자동차 섹터 재벌 총수 순자산은 오히려 늘어나

▲마화텅 텐센트 설립자. AP뉴시스
▲마화텅 텐센트 설립자. AP뉴시스
중국에서 최근 한 달 새 부(副)의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로 기술기업 창업자들의 순자산이 100조 원 가까이 증발한 반면 자동차·재생에너지 부문 재벌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인용해 중국 기술기업의 억만장자 24명의 순자산이 7월 초 이후 16%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증발한 액수로 따지면 총 870억 달러(99조5800억 원)에 달한다. 6월 말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의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중국 당국이 기술기업 단속에 나선 여파다.

이들 빅테크 재벌 총수 중 최대 피해자는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의 창업자 황정이다. 그의 순자산은 약 한 달 새 전 재산의 3분의 1가량인 156억 달러가 증발했다. 인터넷기업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 회장의 순자산도 120억 달러가 사라졌다. 전체 자산의 22%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회장의 순자산은 26억 달러가 증발했다. 지난해 11월 자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 중단 이후로 기간을 넓혀보면 증발액이 130억 달러에 달한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파란색)와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 순자산 추이. 단위 10억 달러. 출처 파이낸셜타임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파란색)와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 순자산 추이. 단위 10억 달러. 출처 파이낸셜타임스
순자산이 바닥 수준까지 떨어진 빅테크 창업자도 있다. 중국의 대표 에듀테크 기업인 뉴오리엔탈에듀케이션 창업자 유민홍의 순자산은 최근 한 달 사이에 83% 넘게 증발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가 보유한 회사 지분 12%는 30억 달러대로 평가받았으나 회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평가 순자산이 5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당국이 사교육업체를 비영리 기구로 변경하는 규제를 내놓은 영향이다.

반면 같은 기간 순자산이 늘어난 재벌들도 있었다. FT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자동차 기업 총수 9명의 순자산은 220억 달러 증가했다. 자동차업체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의 순자산은 최근 250억 달러를 돌파해 블룸버그가 집계한 중국 억만장자 지수 10위권에 진입했다. 한 달 사이 44억 달러의 순자산이 불어난 영향이다.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업종 기업 총수 8명의 순자산도 136억 달러 불어났다. 두 업종 모두 최근 중국 당국이 지원에 나선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당분간 기술기업 제재를 완화하거나 자동차와 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한 지원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중국 억만장자 순자산 변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판 포브스라고 불리는 후룬리포트의 발행인 루퍼트 후게베르프는 “부의 재편성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최근 5년 새 기술기업들의 성공에 힘입어 중국에서는 억만장자 수가 두 배 증가한 1000명대를 돌파했는데 최근 당국의 규제로 이들 기업가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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