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의 머니무브] 대주주가 매수한 종목, 왜 성과가 좋을까?

입력 2021-08-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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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리서치 대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늘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군데군데 이상한 부분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중고차 시장에서는 좋은 차도 헐값에 팔리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물론 최근처럼 반도체 이슈로 중고차의 인기가 치솟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왜 자동차의 품질에 따라 가격이 적절하게 책정되지 않고, 중고차 시장의 자동차는 신차에 비해 급격한 하락을 겪는가?

정보의 비대칭성에 주목하라

이에 대해 세계적인 경제학자 조지 애커로프는 매우 흥미로운 답을 제시한다. 중고차에 대한 정보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차가 좋은 차인지 그리고 나쁜 차인지를, 자동차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들은 도무지 알 방법이 없다.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모두 무사고이며 좋은 차”라는 중개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듯, 자신이 몰던 차를 팔려는 사람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다. 즉, 고장도 없고 연비도 좋은 차를 몰고 다닌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값에 차를 팔고 싶지만, 중고차를 매수하려는 사람은 그런 정보를 믿을 수 없기에 일단 가격을 후려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고도 없고 연비도 좋은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중고차 시장에 차를 내놓기보다는 주변 지인에게 차를 팔 것이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은 앞으로도 계속 얼굴을 볼 지인이 권하는 차는 좋은 차일 가능성이 높기에 중고차 시장에서 사는 가격보다 더 좋은 가격에 흔쾌히 차를 인수하려 들 것이다. 왜냐하면 주변 사람에게 나쁜 차를 비싼 값에 팔고 또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항의를 하게 되면, 그는 앞으로 심각한 사회적 평판의 저하에 직면할 것이기에 주변 지인들에게는 나쁜 차를 팔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중고차 시장에는 상태가 좋지 않은 차만 득실거릴 수 있다. 그리고 잠재적인 중고차 구입자들도 중고차 시장에서는 일단 가격을 후려치는 게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 되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의 최대 피해자는 좋은 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변에 차를 구입하려는 의사를 지닌 지인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이 사람은 좋은 차를 헐값에 파는 일종의 ‘고통’을 겪게 된다. 두 번째 피해자는 적정한 값에 좋은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다. 그는 좋은 차라면 얼마든지 좋은 가격에 구입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상태를 알 수 없는 차를 싼 가격에 구입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중고차 시장은 매우 비효율적인 상태에 빠지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시장의 중개 기능 실패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바로 신호이론(signaling theory)이다. 이쪽 분야 선구자인 마이클 스펜서는 구직시장에서 신호이론을 연구했다. 중고차 시장의 사례처럼 노동시장에서도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게 대두된다. 회사는 구직시장에서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기 어렵다. 물론 정확하게 판별할 수 없는 것은 아닌데, 그만큼 돈과 시간이 소모된다. 대신 회사는 학벌, 자격증 등의 간판을 토대로 지원자의 역량을 추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반대로 보면, 구직자는 자신의 간판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신호로 활용하는 셈이다. 학생들이 좋은 대학의 졸업장이나 높은 점수의 영어 성적 등 이른바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인턴십 등의 방법을 통해 구직자의 잠재력 및 생산성 수준을 판단하는 기간을 가지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문제가 된 ‘블랙기업’ 사례에서 보듯, 인턴십 과정에서 정규직처럼 부려 먹은 후 기간이 끝난 다음에는 해고해 버리는 경우 구직자는 귀한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따라서 정작 능력이 뛰어난 구직자가 아예 인턴십 과정 응시를 포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상의 상황을 감안할 때, 학벌을 중시하는 문화 자체가 기저에서부터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내부자의 자사주 매입에 주목하라!

이 비슷한 일이 주식시장에서도 종종 빚어진다. 투자자들은 ‘미래 전망이 밝은’ 기업에 투자해 큰 성과를 얻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어떤 기업의 미래 전망이 밝은지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물론 기업의 내부자들, 특히 핵심 경영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들은 자기 회사의 미래 전망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중고차 시장, 그리고 노동시장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내부자들이 외부에 보여주는 신호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업의 내부자들이 보여주는 신호 중에 가장 각광받는 것은 배당이지만, 내부자의 자사주 매입 역시 대단히 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봄 코로나 쇼크 당시 대기업 대표이사 5명 중 1명 꼴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 올해 7월 초까지 평균 89.2%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이들 경영진 중 가장 많은 자사주를 매입해 1000억 원 이상의 평가 이익을 거두었다고 한다. 대주주를 비롯한 기업의 내부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이 회사의 비즈니스가 상당히 잘 돌아가고 있으며, 현재 주가 수준이 적정 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물론 자사주 매입 외에 배당도 아주 중요한 신호이다. 특히 2020년 같은 불황에서도 배당금을 지급하고 심지어 인상한다는 것은 대단히 강력한 신호라 볼 수 있다. 주주들에게 귀한 현금을 나눠줄 정도로, 그리고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할 정도로 미래가 밝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배당은 연 1회(혹은 분기 1회) 지급되기에, 그 빈도 면에서는 자사주 매입에 비해 떨어지는 면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의 입장에서 내부자의 주식 매수 및 배당 인상 같은 뉴스는 큰 호재라 할 수 있다. 기업 내부자들이 느끼는 미래 전망이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 방향의 신호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던 기업이 배당을 삭감하고, 또 내부자가 보유 주식을 대대적으로 처분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면 이 회사의 내부에 무언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부디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내부자들이 보내는 ‘신호’에 주목하여, 투자의 기회를 적기에 포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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