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덜나는 고용보험, 또 보험료 올린다는 정부

입력 2021-08-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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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에게 지급되는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구직급여)가 7월 1조393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2월부터 6개월 연속 1조 원대 지출이다. 고용노동부가 9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동향’의 수치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48만5000명 늘어난 1439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월별 기준으로 2019년 10월(51만1000명) 이후 최대폭 증가했다. 상반기 수출 및 제조업의 호황과, 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고용이 얼어붙었던 상황의 기저효과로 해석된다. 실업급여 수혜자도 전년 동월보다 5만3000명 감소한 67만9000명이었다. 다만 7월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충격은 이번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고용보험기금의 고갈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돈 나올 곳은 없는데 지출만 늘어나고 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매달 1조 원을 넘어서면서 보험재정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기금운용 적자가 올해에만 4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쌓아놓았던 적립금도 올해 처음 2조7000억 원의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실업 사태로 실업급여가 급증한 요인이 크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고용보험기금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2017년 흑자가 6755억 원, 적립금이 10조2544억 원에 이르렀으나, 2018년 8082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적자폭은 2019년 2조877억 원, 작년 5조3292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적립금도 지난해 1조9999억 원으로 줄고, 올해는 결국 거덜나는 상황이다.

장기 경기침체가 이어진 데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으로 고용시장 쇼크를 가져왔고, 보험기금을 멋대로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기금 부실화가 가속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감소로 보험료 낼 사람이 부족한데도 실업급여 기간을 종전 3∼8개월에서 4∼9개월로 연장하고, 지급액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렸다. 청년고용 추가장려금, 고용유지지원금 등의 선심성 지원금 제도를 신설해 사업비를 고용보험기금에서 끌어다 썼다.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보험기금의 안정성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돈 나갈 곳만 늘린 탓에 기금재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결국 정부는 보험료를 더 걷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는 현행 1.6%(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인 보험료율을 내년 0.2∼0.4%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에 보험료율을 올리면 문재인 정부 들어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다. 재정을 쏟아붓는 것도 모자라 실직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까지 완전히 바닥을 내놓고, 또 기업과 근로자들의 부담을 늘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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