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녹색 농업협력의 씨앗을 뿌리다

입력 2021-08-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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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

8월 초 우리 정부는 파키스탄 정부의 공식 요청에 따라 양국 간 농업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코피아(Korea Program on International Agriculture·KOPIA) 센터 개소식을 했다. 코피아 사업은 농촌진흥청이 우리의 발전 경험과 농업과학기술 공유를 통해 세계 동반성장에 기여하고자 2009년부터 시작해 현재는 22개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하는 해외 농업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이다.

이번 파키스탄 방문 기간에 파키스탄 농업연구소 내에 있는 끝없는 녹색 콩밭을 보았는데, 파키스탄 농업연구위원회 의장의 말에 따르면 연구비 충당을 위해 생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코피아의 개발 협력 파트너 국가들은 인구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농업이 매우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농업과학기술 혁신에는 투자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낮은 농업 생산성으로 인한 식량 부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정부 농업 기술혁신 공공 투자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 1970년대 식량부족과 배고픔을 해결했고, 1980년대에는 사계절 신선 채소 생산으로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생산시스템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생산성 향상에 더해 품질과 가치 혁신에 주력하면서 주요 10대 작물의 신품종은 100조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까지 창출하고 있다.

1960년대 파키스탄은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더 높은 나라였다. 지금은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할 정도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으며 밀, 옥수수, 쌀 등 주곡 작물개발 단계를 뛰어넘어 이제는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 발굴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마중물 역할로 우리나라의 선진 농업과학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여 코피아 파키스탄 센터는 파키스탄 농업정책에 맞춘 협력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파키스탄 주요 식량작물인 감자의 무병 종자 생산·보급 시스템 구축을 집중 지원하고, 2025년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우리나라의 축적된 씨감자 생산기술과 경험을 전수받기 위해 이미 정부 연구기관의 과학자를 코피아 센터에 파견했다. 무병 씨감자로 농업 생산성이 향상되면 파키스탄의 농가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가공식품용 원료를 안정적인 가격과 품질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추진하는 다른 주요 사업은 고부가가치 채소의 생산성 향상인데 품종개량, 생산에서 수확 후 관리 기술까지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파키스탄에 공유할 계획이며 사업의 지속적 확보를 위해 민관협력 추진도 논의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축산업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개발한 사료작물 종자의 현지 적응성 평가를 추진할 예정이다. 파키스탄에 적합한 우수 사료 품종이 선발되면 우리나라 민간기업을 통한 우리 종자의 수출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방문에서 파키스탄 총리와 식량안보연구부 장관은 양국 간 협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우리 정부에 진정 어린 감사를 표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나라 농업과학기술의 이전과 공유를 통한 협력파트너 국가의 농업발전뿐 아니라,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코피아 파키스탄 사업의 시작을 바탕으로 양국 간의 상호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진정한 녹색 농업과학기술 협력의 씨앗이 싹트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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