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휴가철이면 주요 호텔은 1박에 50만~70만 원으로 ‘사악’한 가격을 받는다. 콘도와 펜션도 마찬가지로 평소의 2~3배는 기본이다. 해양수산부를 출입하면서 예전보다는 바닷가 마을을 자주 찾는다. 어촌을 가면 항상 안타까운 게 빈집들이다.
해수부 관계자에 따르면 어촌의 빈집이 많은 배경 중 하나는 상속 등으로 인해 소유주 대부분이 도심에 사는 자식들이다. 양도받은 주택을 처분하면 추가적인 세금을 납부해야 하거나, 공들여 지은 집을 선뜻 철거할 수 없어 빈 상태로 두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추후 자기가 나이가 들면 자신이 들어가 살고자 당장은 빈집으로 두는 일도 있다.
최근 귀농·귀촌은 도시의 삶에 지친 청장년층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귀어는 덜 관심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농촌보다는 어촌이 먹고살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귀농해서는 텃밭이라도 가꾸면 되지만 어촌에선 당장 고기잡이에 나설 수 없다.
다행히 최근에 해수부가 어촌의 빈집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어촌뉴딜300의 후속편인 포스트 어촌뉴딜300의 일환이다.
앞에서 언급한 여름방학을 보면 기존의 어촌 집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기보다는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게 소소하게 디자인을 한 수준이다. 어촌의 빈집도 조금만 손보면 충분히 도시민의 한 달 살기나 1년 살기, 귀어인의 숙소로 충분히 재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농어촌민박은 불법이다. 농어촌정비법 농어촌민박사업 조항에 따르면 농어촌민박사업은 농어촌 지역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을 이용해 농어촌 소득을 증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숙박, 취사시설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농어촌민박이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돌파구가 생겼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촌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한 달에서 1년 살기, 아예 눌러살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도시민들의 어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향후 귀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로 소중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는 사람들도 많고 앞으로 귀어는 늘어날 것이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어촌의 빈집을 활용해 숙박도 하고 일정 기간 거주도 할 수 있다면 해수부가 그렇게 주장하는 어촌 활성화도 먼 얘기는 아닐 것 같다.
상대적으로 농촌보다 어촌이 열악해서 어촌을 강조했지만 2018년 개봉한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보고 농촌에서 가끔 주말이나 휴가를 보내고 싶은 사람들도 많아졌다.
해수부나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어촌민박과 농어촌 한 달 살기, 1년 살기 같은 프로그램에 관심을 두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마침 내년 3월에는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다. 차기 대선 주자들도 이런 공약 하나씩은 내주면 좋겠다. 국가균형발전이 따로 있나, 이게 진정한 균형발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