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해소한 삼성, 이재용 부회장 첫 발걸음은

입력 2021-08-10 16:02 수정 2021-08-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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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 사업 현안 파악 집중할 듯…‘뉴삼성’ 향한 사내 메시지도 관심
반도체·스마트폰 돌파 전략 마련 과제…100조 원 실탄 대규모 투자·M&A 속도
가석방 경영활동 제한 걸림돌…재판 리스크 여전…부당승계ㆍ프로포폴 재판 중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첫 공식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위기론’이 불거진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챙기면서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사업 성장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 부회장은 출소 후 각종 사업 현안을 파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소 직후에는 가족들과 고(故) 이건희 회장의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임직원을 대상으로 ‘뉴삼성’을 향한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사망과 이 부회장의 재구속 등으로 침체했던 사내 분위기가 이 부회장의 복귀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첫 공식 경영 복귀 후보지로는 평택 반도체 사업장, 스마트폰 생산시설 등이 거론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현장도 이 부회장의 첫 행보지로 꼽힌다. ‘국가 경제 기여’를 주문받은 만큼 백신 등 바이오 분야에서의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최근 위기 사업을 당면과제로 삼고 돌파구를 모색할 처지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를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면서 삼성의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더 벌려가는 가운데, 향후 3년간 10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겠다고 밝히며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인텔은 삼성전자와 TSMC가 양분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도 미국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보다 앞서 세계 최초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가는 등 경쟁사의 추격이 거세다.

스마트폰도 상황이 좋지 않다. 수익성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판매량에서는 샤오미의 위협이 거세다. 애플은 올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점유율 41%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점유율 15%로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으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2위에 오른 샤오미와의 격차는 불과 500만 대로 좁혀졌다. 6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샤오미가 1위였다.

삼성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에서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이 부회장의 무게중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내외서 나온다.

이 부회장은 ‘초격차’ 구현을 위해 다방면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반도체 투자 결정을 매듭짓고, 그간 미뤄왔던 국내외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M&A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하겠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막강한 자금력으로 하만 인수를 넘어서는 규모의 M&A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00조 원이 넘는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외곽 지원사격도 기대된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석방 때에도 45일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나 현지 기업인과 지인 등을 만나면서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논의했다.

다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인한 경영활동 제한은 걸림돌이다. 가석방 상태여서 외국 출장 시에는 정부의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

재판 리스크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은 12일 삼성물산 불법 합병 관련 사건 공판에 출석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관계자 10명이 함께 재판을 받고 있고 사안이 복잡한 데다 신문해야 할 증인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하면 1심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기간이 끝나기 전 대법원 최종 결론까지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도 기소됐다. 19일에는 이 부회장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공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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