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세력에서 M&A 큰손으로 떠오른 사모펀드

입력 2021-08-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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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이투데이 DB)
(자료=이투데이 DB)
최근 몇 년사이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의 큰손으로 사모펀드가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쌍용차, 한샘, 남양유업 등 굵직한 기업들의 M&A에서 이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단순 투기세력으로 기업들의 건전선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굴리는 자금이 100조 원에 육박하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기업의 M&A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PEF는 2015년 사모펀드 제도 개편 이후 양적 성장을 꾸준히 이어 가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자의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출자약정액은 97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PEF 개수는 총 855개로 출자약정액과 개수 모두 역대 최대였다.

PEF는 사모펀드의 하나로 투자자 돈을 모아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와 달리 특정 기업의 M&A 등을 위해 자금을 모으는 사모펀드를 뜻한다. 일반기업부터 창업·벤처기업, 부실징후기업까지 다양한 투자처에 자금을 공급한다.

과거에는 PEF가 ‘투기 자본’, ‘기업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막대한 자금력과 전문성이 부각되며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최근 굵직한 M&A건마다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쌍용차의 경우 에디슨모터스와 함께 주주행동주의 사모펀드로 알려진 KCGI가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 등과 손잡고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했고, 가구업계 1위 한샘은 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또한 삐거덕거리고 있지만 남양유업 역시 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를 새 주인으로 맞기로 한 바 있고, 최종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기업들이 신사업 투자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부문 매각에 나설때도 PEF가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에 자회사 현대오일터미널의 지분을 매각하는 안건을 최근 이사회에서 의결했고 한앤컴퍼니는 대한항공의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의 30년 운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4월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IMM PE의 자회사 IMM 크레딧솔루션에 매각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PEF는 M&A 업계의 큰손임과 동시에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의 구원투수 역할도 하고 있다”며 “하지만 결국 사모펀드는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을 해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부작용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PEF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의 가치를 올린 후 성공적인 엑시트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위 ‘쥐어짜기 식’ 경영으로 비난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대전둔산점, 경기안산점 등 알짜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 마련에 나섰다. 이에 실적 하락과 함께 노사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도 2016년 PEF에 인수된 후 과도한 부채상환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EF는 인수 후 평균 5년이 지나면 기업을 재매각 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공유해야 하는 만큼 단기 실적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면서 “PEF로서는 당연한 것인 만큼 비난보다는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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