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값 인상 초읽기ㆍ전면등교 무산...고민 깊어지는 유업계

입력 2021-08-12 15:07 수정 2021-08-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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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 10년래 최저 수준
우유 수요 감소하는데 가격은 오르는 '왜곡현상'

전면등교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유업계가 울상이다.

최근 교육부는 수도권ㆍ비수도권 부분 등교를 결정했다. 국내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학교급식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유업계는 실적부진을 우려할 상황이다. 여기에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마저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 원가 부담도 한층 커졌다.

12일 낙농진흥회 우유 유통소비통계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비량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18년 27㎏, 2019년 26.7㎏, 지난해 26.3㎏로 매년 감소하면서 지난해 소비량은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이다.

유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학교 급식 중단으로 1500~1600억 원 수준의 국내 우유 급식 시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국내 우유 급식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의 경우 지난해 계약량 대비 출고량이 45% 미만, 올해 상반기에는 40% 정도에 그쳤다. 20~30% 점유율을 기록 중인 2위 남양유업 역시 같은 기간 25% 미만으로만 공급했다.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정작 우유 가격은 인상을 코앞에 두고 있다. 앞서 낙농업계는 이달부터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인상했다. 낙농가와 우유업계가 지난해 7월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위원회를 열고 합의한 데 따른 것으로, 인상분 반영은 15일쯤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18년 원유가격이 리터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0.4%) 올랐을 당시 기업들이 유제품 가격을 4%가량 인상한 바 있다. 올해는 인상 폭이 2018년의 5배 수준이라 유제품 가격의 폭등이 우려되고 있다.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우유, 빵과 커피, 치즈 등 우유를 원료로 하는 식품 가격 역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우유, 빵과 커피, 치즈 등 우유를 원료로 하는 식품 가격 역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우유업계는 원유 가격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인상 시기나 인상 폭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수요가 줄어드는데 가격이 오르는 '가격 왜곡 현상'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우유업계 관계자는 "소비량이 감소한다고 해도 일정 부분 원유 물량을 받아오는 할당제가 있기 때문에 '흰 우유를 어떻게 소진하느냐'가 유업계의 최대 고민거리"라면서 "특히 흰 우유는 저출산에 코로나19로 소비가 계속 줄면서 거의 적자사업인데 섣불리 가격을 올리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밀크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원윳값 상승에 따라 우유뿐 아니라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카페라테, 아이스크림, 빵, 치즈 등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가격이 줄줄이 동반상승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대비 2.6% 올라 9년여 만에 최대 수준인 상황에서 우유 가격까지 인상될 경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부가 낙농업계를 상대로 ‘원유 가격 인상을 미뤄달라’며 막판 설득에 들어갔지만, 낙농가의 원유가 인상 의지는 확고하다. 낙농업계는 6일 '생산자 공동입장문'을 통해 앞으로 정부의 어떠한 회유와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연대를 통해 생산자 한목소리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줄어드는 우유 소비량에 우유가 남아돌면서 우유업계는 발 빠르게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우유는 2~3년 전부터 가공유 사업을 지속적으로 다양화한 데 더해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기존 우유 용량 200㎖에서 300㎖로 늘렸다. 최근에는 국산 치즈를 활용한 냉동 피자, 부리또 등 가정간편식(HMR) 사업에도 새롭게 진출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B2B 사업에서 B2C 사업으로 무게추를 서서히 옮기고 있다"라면서 "방역 지침이 강화하면서 우유 급식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까지 영향 받고 있어 우유를 활용한 다양한 소비처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유업은 일찌감치 단백질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2018년 10월 출시한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로 우유업계의 단백질 시장 확대에 선두주자로 나선 매일유업은 셀렉스 누적 매출이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 셀렉스 목표 매출액은 700억 원이다.

남양유업은 이너케어를 비롯한 건강기능식품, 배달 이유식을 내세운다. 특히 지난해 론칭한 배달 이유식 '케어비'를 필두로 남양유업이 기존부터 해온 유아 먹거리와 가정배달 인프라를 활용해 시너지를 보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런칭 이후 케어비 사이트 방문자 수는 200만 명, 체험고객 수는 2만 2000여 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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