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현대차그룹, 코로나 쇼크에도 R&D 투자 키웠다

입력 2021-08-15 10:00 수정 2021-08-1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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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 車제조사 연구·개발 투자 9% 감소…현대차그룹 M&A로 기술력 확보 중

글로벌 10代 제조사 연구개발비 평균 9% 감소
현대차ㆍ기아, 0.5% 감소해 경쟁사 대비 선방
로봇・자율주행 기업 M&A로 미래 기술 확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차 회사 대부분이 연구개발(R&D)비를 크게 줄였다.

평균 9% 수준 R&D 투자가 줄어든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0.5% 감소하는 데 그쳤다. 과도한 R&D 투자 대신, 신기술을 갖춘 주요 기업을 상대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다.

15일 현대차그룹과 이투데이 취재 등을 종합해보면 현대차와 기아의 작년 R&D 투자 추이는 경쟁사를 크게 앞섰다.

▲현대차ㆍ기아의 매출대비 R&D 투자 규모는 3% 안팎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기술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작사를 설립하고 있다. 이런 투자는 R&D 투자액에 집계되지 않는다. 
 (그래픽=이투데이)
▲현대차ㆍ기아의 매출대비 R&D 투자 규모는 3% 안팎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기술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작사를 설립하고 있다. 이런 투자는 R&D 투자액에 집계되지 않는다. (그래픽=이투데이)

◇경쟁사 R&D 투자 9% 감소…현대차ㆍ기아 0.5%만 줄어

업체별로 살펴보면 프랑스 르노의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르노는 연구·개발 분야에 27억4900만 유로를 썼다. 전년 대비 25.6%나 줄어든 규모다.

이어 FCA(피아트크라이슬러)와 PSA(푸조·시트로엥)도 연구개발비를 크게 줄였다. 각각 전년 대비 17.5%와 14.2% 감소했다.

특히 이 두 회사는 지난해 합병작업을 거쳐 올해 1월 ‘스탤란티스’로 거듭났다. 합병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대대적인 R&D 비용을 투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대적으로 현대차ㆍ기아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12대 자동차 회사의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가 전년 대비 평균 9% 감소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의 투자액은 전년 대비 0.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위기 속에서도 R&D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크로아티아 전기차 기업 '리막' 지분 12%를 인수하며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확보했다. 투자 금액은 약 1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리막 CEO인 '마테 리막'(왼쪽)과 정의선 당시 수석부회장(사진 우측)의 협약식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은 2019년, 크로아티아 전기차 기업 '리막' 지분 12%를 인수하며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확보했다. 투자 금액은 약 1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리막 CEO인 '마테 리막'(왼쪽)과 정의선 당시 수석부회장(사진 우측)의 협약식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경쟁사 대비 낮은 R&D 투자 비율…이유 있었네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연구개발비 투자 규모는 늘 도마 위에 올랐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은 여전히 경쟁사 대비 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차 제조사가 매출의 5~6%, 많게는 8%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한다. 특히 고급 차 브랜드가 공격적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 989억 유로를 기록한 BMW는 미래 차 연구·개발에 약 62억8000만 유로를 투자했다. 매출 대비 6.3% 수준이다.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작년 매출(1543억 유로)의 5.6%인 86억1400만 유로를, 아우디폭스바겐그룹도 지난해 매출(2228억 유로)의 6.2%인 138억8500만 유로를 재투자했다.

상대적으로 고급차 브랜드는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이처럼 높다.

1대당 평균판매 단가가 높다 보니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다. 물론 영업이익 비율도 높은 편이다. 투자액이 다시 매출로 이어지는 환수 주기도 짧아 과감한 재투자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Aptiv)는 지난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세계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1조9900억 원의 전략적 투자도 단행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과 앱티브(Aptiv)는 지난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세계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1조9900억 원의 전략적 투자도 단행했다. (사진제공=현대차)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출액의 3% 수준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지적도 숱하게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분석에 대해 “수치로 드러나지 않은 것들을 따져보면 실상은 다르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예컨대 주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전체 매출액의 3~4%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반면 이 회사의 매출 현황과 출처 등을 파악해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 회사 매출 가운데 상당 부분은 AS 부문에서 나온다. 이 부분의 수익을 제외하고 ‘전동화 및 핵심부품’ 매출 규모만 따지면 연구·개발 투자액 비율은 약 8%까지 솟구친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특히 현대차 매출에는 금융 부분 이익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고 순수한 자동차 판매 매출만 따지면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은 소폭이지만 상승한다.

▲세계적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80%) 인수에도 성공했다. 단박에 미래 로봇 경쟁력 및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세계적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80%) 인수에도 성공했다. 단박에 미래 로봇 경쟁력 및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신기술 확보 위한 투자금 3조 원 육박해

무엇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주목해야 한다. 기술을 지닌 기업에 투자를 단행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9년 세계적 기술력을 지닌 크로아티아 전기차 기업 '리막'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1000억 원을 투자해 리막 지분 12%를 확보했다.

리막은 최고출력 2000마력의 전기모터 기술을 보유 중이다. 포르쉐를 포함한 주요 기업이 '리막' 지분 선점을 위해 경쟁하기도 했다.

자율주행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앱티브와 합작사(모셔널)도 세웠다. 여기에만 약 1조9900억 원을 투자했다.

세계적 로봇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인수했다. 지분 80% 확보를 위해 약 1조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연구개발 투자비용은 35억7500만 유로, 우리 돈 약 4조8000억 원 수준이다. 이와 별도로 신기술 확보를 위한 최근 투자와 인수·합병에만 3조 원 넘게 쏟아냈다. R&D 투자액에는 집계되지 않는,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다.

현대차그룹 모 계열사의 IR팀 관계자는 “매출에는 차 판매 이외에 금융과 AS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고 “미래 전략기술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리막 지분 인수를 통해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사진은 리막이 개발한 두 번째 고성능 전기차 콘셉트 C-Two의 모습. 최고출력이 무려 1888마력에 달하는 고성능 전기차다.   (출처=오토프레스UK)
▲현대차는 리막 지분 인수를 통해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사진은 리막이 개발한 두 번째 고성능 전기차 콘셉트 C-Two의 모습. 최고출력이 무려 1888마력에 달하는 고성능 전기차다. (출처=오토프레스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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