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감원 안팎에 따르면 정 원장은 부원장 4명, 부원장보 10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내년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아 임원 인사는 유보되지 않겠냐는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정 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정 원장의 카리스마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원의 전원 사표 제출이 사실은 일부 임원의 교체를 염두에 둔 지시라는 것이다. 임원 전원이 사표를 제출할 경우 일부만 수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취임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정 원장이 조직 쇄신에 시동을 건 것을 두고 윤석헌 전 원장 색깔을 지우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달 20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소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제재 취소 청구 소송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는 만큼 정 원장의 사표 요구 배경에 더 눈길이 쏠린다.
이번 행정소송의 쟁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명시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제대로 마련했는지에 맞춰져 있다. 금감원이 승소할 경우 내부통제와 관련된 금융회사 제재는 기존대로 중징계가 적용될 수 있다.
문제는 패소할 경우다. 금감원이 패소하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와의 법리 싸움에서 졌다는 오명과 함께 감독 당국의 권위에 흠집이 날 수 있다. 정 원장은 금감원장 경력을 소송 패소로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정 원장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윤 전 원장의 그림자 지우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기간에 임원 인사를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라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뿐만 아니라 중징계 행정소송 결과도 윤 전 원장 퇴임 이후에 진행되면서 그 후폭풍을 남아있는 직원들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 원장은 관료 경험이 많아 조직 다지기에 주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