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차기 대선후보들이 집값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여야 할 것 없이 1호 공약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다음 대선은 ‘부동산 대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권 대선후보들은 문재인 정부보다 더 강력한 부동산 규제 도입을 앞다퉈 약속하고 있다. 야당은 이에 맞서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을 내놨다. 여당은 이번 정부 임기 내내 실패한 규제 정책 반복을 예고하고 있고 야당 규제 완화안 역시 단기간 내 효과를 보기 어려워 차기 대선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 불안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토지공개념 실현을 위한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토지 거래세를 줄이고 실효 보유세를 1% 선까지 늘려가야 한다”며 “국토보유세 부과 반발을 막기 위해 이를 전액 국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국토보유세 도입을 골자로 한 제1호 지대개혁 공약을 내놨다. 추 전 장관은 보유세를 인상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한 다음 공급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은 보유세 인상 목표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아예 토지소유를 직접 제한하는 법안을 내놨다. 이 전 대표는 택지소유상한법 제정안과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종합부동산세법 제·개정안 등 토지공개념 3법 제정을 주장했다. 토지공개념 3법은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도시지역 택지 면적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인은 원칙적으로 택지 소유를 금지한다.
야당은 여권의 부동산 정책 실기를 연일 언급하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당내 유력 대권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 등은 공통으로 보유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 완화를 공약했다. 또 민간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약속했다.
하지만 부동산 안정 효과가 나타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서울 내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내세워 당선됐다. 그러나 취임 4개월이 지나도록 재건축 규제 완화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집값만 올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 차기 대선후보들이 부동산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자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규제 강화로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하지만 여권 대선주자들은 이번 정부와 똑같은 규제 강화 입장을 앞세우고 있어 집값 불안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크고 작은 규제 정책을 내놨지만, 집값 급등을 막지 못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7월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76만 원으로 지난달(4억9300만 원)보다 776만 원 오르며 처음 5억 원을 넘겼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달 기준 10억2500만 원으로 10억 원을 뛰어넘었고, 경기 지역 중위 아파트값도 5억3874만 원으로 5억 원을 웃돌았다.
결국, 정부는 최근 들어서야 부동산 규제 정책 ‘후퇴’를 선언했다. 정부는 지난달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를 폐지했다. 수도권 전셋값이 급등하자 법안 통과를 멈춘 것이다. 하지만 집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고 오히려 재건축 아파트값만 올려놨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폐지’도 철회하기로 했다. 저렴한 등록임대 물량까지 전세 시장에서 사라지면 시장 불안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