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머지포인트 본사, ‘실시간 고객 환불’…하염없이 기다리는 고객들

입력 2021-08-13 15:32 수정 2021-08-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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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려는 직원과 막는 고객, 탈출극 펼쳐지기도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 현장 찾는다더니 결국 무산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새벽부터 나왔는데 동의서를 어디다 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직원도 없고 이걸 내도 과연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네요.”

13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는 ‘아사리판’이었다. 고객들은 환불금을 받아내기 위해 다닥다닥 줄 서 직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본사 5층까지 길게 이어진 비상계단 줄에는 고객들의 하소연만 가득했다.

고객들은 각자 준비한 환불 신청 동의서를 직접 가지고 와 현장에서 피해 금액과 계좌를 쓰기도 했다. 가족들의 환불금을 찾으러 온 김 모 씨(52)는 “아들과 딸 그리고 나까지 총 200만 원 정도 묶여 있어서 대표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 앞에 고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심민규 수습기자 wildboar@)
▲13일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 앞에 고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심민규 수습기자 wildboar@)

오전 10시 본사 5층에 올라가니 고객들의 동의서를 받는 직원의 행적은 묘연했다. 하나둘씩 자리를 이탈하더니 결국 직원 1명과 용역 아르바이트생 2명이 사무실에 남겨졌다. 업체 측은 “고열로 쓰러져 있는 직원을 회사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며 경찰서와 소방서에 신고하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이 현장에 출동하자 고객들의 언성이 높아졌다. 고객 이 모 씨(34)는 “지금 이분 내보내면 가해자를 도망치게 내버리는 것입니다”라며 출동한 경찰에게 격렬하게 반응했다. 경찰은 “안에 있는 직원을 못 나가게 하는 것은 감금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통로 길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일종의 탈출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때 나오려는 직원과 이를 막으려는 고객 간의 충돌도 일어났다. 직원의 1차 탈출은 무산되고 계속된 고객의 항의로 2시간가량이 지나자 업체 측은 실시간 현장 환불을 약속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이 환불관련 동의서를 모으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이 환불관련 동의서를 모으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고객들은 실시간 현장 환불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손뼉을 치며 환불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새벽 2시부터 본사를 찾은 박 모 씨(42)는 “오길 잘했다. 우리가 모두 이겨내서 얻어낸 70만 원 환불”이라며 “누구한테는 푼돈일지 몰라도 하루 먹고 생활하는 내게는 큰돈”이라고 말했다.

150만 원을 환불 요청한 이 모 씨(47)는 “한두 명씩 들어와 안에 있던 직원이 노트북을 통해 환불을 시작하고 있는 중”이라며 “빨리 들어가 60%라도 환불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가 직접 찾아와 현장 환불 고객을 만난다는 계획은 무산됐다. 정오쯤 현장에선 “20분 뒤에 대표가 직접 찾아와 환불해 준다”라고 갇힌 직원에게 답을 듣기도 했지만 결국 대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날 현장에는 경찰ㆍ소방구청 직원들이 나와 고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구청 차원에서 시민들이 다치지 않게 줄을 서고 무사히 환불받을 수 있게 하려고 오게 됐다”고 말했다. 당산지구대 A주임은 “고객들이 마스크를 잘 쓰셔야 한다”며 “무사하게 마무리 상황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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