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vs 로톡 갈등 격화…변호사들 행정소송 예고

입력 2021-08-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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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로톡 탈퇴 때 가입 경위 등 증빙 자료 제출 요구
가입 변호사들 "계속 활동할 것...앱 사용은 개인 자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헌법재판소 헌법소원 장기화 예상

(대한변호사협회, 로톡)
(대한변호사협회, 로톡)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률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사들은 "로톡에서 탈퇴할 생각이 없고 변협이 징계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변협 법질서위반감독센터는 지난 11일 로톡 가입 변호사 144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오는 25일까지 로톡 가입 여부와 경위 등 소명서를 작성해 협회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변협은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을 징계해달라는 진정서가 접수됨에 따라 본격적인 조사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변협은 로톡 가입 경위와 가입 기간, 가입 형태(유료 또는 무료), 로톡을 통한 상담 등 법률 사무 처리 건수 등을 포함해 로톡을 탈퇴한 경우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는 변협이 지난 5월 변호사가 아닌 자에게 변호사의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변호사들은 변협의 징계 착수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로톡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은 자본이 많아서 사용하는 게 아니다. 로톡은 플랫폼만 제공하고 우리가 상담 등 의뢰인에게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데, 이게 왜 사무장 영업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에서 모 법무법인은 연간 수십억 원씩 광고비를 쏟아붓는데 광고가 문제라면 이런 것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로톡을 쓰는 변호사들은 의뢰인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변협에서 징계하면 맞불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고, 로톡을 탈퇴할 생각도 없다"며 "변협이 회원들의 이익을 변호할 생각은 안 하고 변호사를 둘로 나눠 공약을 지키겠다는 미명 하에 압박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시장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쓰는 건 개인의 자유다. 싫으면 도태되는 것이고 경쟁하면 되는 것"이라며 "로톡 가입 변호사에게 소명하라고 한 것도 가입하게 된 경위가 모두 다른데 똑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도 웃기고 사무장 영업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변협이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로톡 변호사는 "변협이 직역과 관련해 법률 플랫폼을 보호해야 할 측면도 있는데, 오히려 변호사들을 징계하려고 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느껴진다"며 "변협에서 징계한다고 해도 (로톡에서) 계속 활동할 생각이고 징계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현실화될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다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로톡은 이용자가 자신의 사건 관련 키워드를 플랫폼에서 검색할 경우 그에 맞는 변호사 정보를 제공한다. 로톡은 광고료를 낸 변호사들의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이용자는 이를 바탕으로 변호사들과 유료상담을 할 수 있다.

변협은 변호사의 공익적 특성을 고려하면 로톡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톡이 지금 당장은 소비자에게 편해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호사의 플랫폼 종속을 강화해 소비자 선택권에 악영향을 준다는 취지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의 리걸테크 기업은 혁신의 혁신을 거듭하면서 법률 서비스의 질적·양적 성장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고 있다"며 "모든 국민이 싼값에 능력 좋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단체는 이런 방식의 강경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로톡 가입 변호사들은 지난 6월 변협의 광고 규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집행정지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로앤컴퍼니 측은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안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두 개 과에 나눠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애초 이 사건은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접수됐으나 해당 사안이 전국의 모든 변호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사건을 본부로 이첩해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먼저 변협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의 정의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변협을 사업자단체로 인정한다면 변협의 행위가 '부당한 공동 행위'와 '사업 활동 방해 행위' 등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헌법소원과 공정위의 판단, 징계 이후 제기될 대규모 행정소송까지 이들의 로톡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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