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 우린 무얼 할 건가

입력 2021-08-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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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원영 무소속 의원

(이투데이DB)
(이투데이DB)

올여름 유난히 폭염기간이 길었다. 숨이 막힐 듯한 뜨거운 열기가 이어진 날씨의 온도는 37℃ 안팎으로 체온보다 높았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세계는, 특히 북미는 불이 난 듯 뜨거운 50℃까지 치솟았다. 달궈진 아스팔트나 시멘트 바닥에선 고기도 익는 수준이다. 체온보다 높은 온도에서 몸은 오래 견디지 못한다. 몸의 구성성분은 물을 제외하면 단백질이 제일 많아 온도 조절기능이 약해지면 말 그대로 몸 안의 단백질이 익는다. 이 지경까지 이르면 중추신경계와 뇌조직이 파괴될 수도 있다. 돌연사가 늘어나는 이유다.

또 좀처럼 꺼지지 않는 산불로 마을이 불타고 1년치 분량의 강우가 하루에 내려 도시가 물 속에 잠기기도 한다. 앞으로 벌어질 이상기후는 계속 기록을 경신할 것이다. 산업화 이후 인간이 방출한 온실가스로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후의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인류의 대응도 본격화됐다. 올해 4월 화상회의로 진행된 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주요국들은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바이든 정부로 바뀌자마자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한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50~52% 감축,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55% 감축하겠다고 자신했다.

이어 7월 EU 집행위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들인 ‘Fit for 55’를 발표했다. 교통과 건물까지 배출권 거래제를 확대·강화하고 2035년부터 EU 내 신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나아가 2026년부터는 탄소국경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EU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생산된 상품을 수출하려면 그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 역시 탄소국경조정 정책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제품이 국제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역시 인류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다.

이들은 무엇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걸까. 에너지효율을 높여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EU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32%에서 40%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함께 발표했다. 전력 부문 재생에너지 비중은 65%로 더 높다.

이에 세계적인 기업들의 움직임은 벌써 시작됐다. 제품 생산 공장은 물론 본사 건물에 직영점까지 2050년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한 ‘RE100’ 기업 수가 15일 기준 322개에 이른다. 애플, 구글, 나이키, 후지쯔 등 웬만한 다국적 기업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애플은 부품업체들에도 RE100을 요구한 지 오래다.

아시아에선 대만 TSMC가 RE100을 선언했다. 대만 정부가 5.5기가와트 해상풍력 시장을 3년 만에 열어 건설 중이라 가능했다. 반면 경쟁업체인 우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를 빼고 해외 공장에서만 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 현황은 삼성전자 공장 하나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라서다.

세계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활을 건 이유는 기후위기와 경제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석탄발전과 원전을 합친 비중이 80%이던 독일은 불과 20년 만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가 원전 100기 분량을 넘기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절반에 다다랐다. 향후 10년간 원전 160기 분량으로 더 늘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독일보다 햇빛이 더 좋고 바람도 적당하다. 생존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달렸는데 진보와 보수가 무슨 문제인가. 당리당략으로 원전 교조주의에 빠져 재생에너지마저도 공격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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