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 행보 속도 낸다

입력 2021-08-16 14:09 수정 2021-08-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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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별 현안 놓고 회의 소집 전망…준법감시위 회의 참석 관심
국가 경제 기여 주문받아…백신 수급 조력자 역할 주목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연휴를 보내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의 역할에 더해 국가 경제·사회와 관련한 기여도 요구받고 있는 만큼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경영 활동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3일 출소한 이 부회장은 주말 사이 공식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경영진으로부터 경영 현안을 보고받았다.

당초 재계는 이 부회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경기도 수원 선영을 먼저 찾거나 자택에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 부회장이 휴식 없이 출소하자마자 회사로 향했다.

출소 이후 자택이 아닌 사옥을 찾은 것을 두고 재계에선 빠른 경영 복귀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만큼 회사를 둘러싼 대내외 현안이 긴급하게 돌아가고 있고, 이 부회장이 내려야 할 주요 의사결정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에는 반도체·배터리 사업 미국 투자, 치열해진 스마트폰 시장 경쟁, 의미 있는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M&A) 등 이 부회장이 총수로서 대응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먼저 이 부회장은 사업부별 현안을 두고 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메모리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 ‘초격차’ 유지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꺾이기 시작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의 주가는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파운드리(칩 위탁생산)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더 벌려가는 가운데, 향후 3년간 10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겠다고 밝히며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인텔은 삼성전자와 TSMC가 양분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로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도 미국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보다 앞서 세계 최초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가는 등 경쟁사의 추격이 거세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 전반을 살펴보는 한편,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전략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뤄지고 있는 20조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 등에 대한 의사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10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실탄을 바탕으로 한 ‘빅딜’과 크고 작은 국내외 투자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준법 경영과 관련한 움직임도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을 겪으며 회사 차원의 준법경영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17일 열리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할지 관심 모은다. 이번 회의는 정기 회의지만 이 부회장 가석방 직후 열리는 회의라 주목된다.

준법위의 활동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창립 52년 만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과 단체 협약을 체결하며, 상징적인 첫걸음을 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도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결정 과정에서 ‘국가 경제 기여’를 주문받은 만큼 백신 등 바이오 분야에서의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광점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과 관련해 조력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모더나와의 협상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하는 모더나 백신 물량을 국내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대 수출품목이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으로 떠오른 반도체 산업과 코로나19 사태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바이오 분야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오는 19일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의혹에 관한 재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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