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보편지급이냐 선별지급이냐의 논쟁은 국가채무 문제와 맞물려 1차 긴급재난지원금 기획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1차 재난지원금 당시에는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시중의 소비 및 자금 경색이 우려됨에 따라, 신속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전 국민에게 고정액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후 ‘자금 경색 완화’가 아닌 ‘코로나19 피해계층 회복 지원’을 목표로 하는 5차 재난지원금에 이르기까지 당정 간, 여야 간 매번 같은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시간에 따라 정책목표가 달라졌음에도, 매번 같은 논쟁에 사로잡혀 정작 핵심 쟁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향후 재난지원금을 과연 얼마나 몇 차례나 더 지급하게 될까?
재난지원금은 재정정책의 한 수단이다. 원칙상 그 필요성을 인지한 행정부가 예산 편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만들어 국회로 보내고, 해당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비로소 집행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매번 여당에서 먼저 필요성을 주장하며 행정부를 압박해서, 재난지원금 지급의 시기 그리고 규모와 대상을 조정해 왔다. 급기야 작년에는 추경만 네 차례 반복했다. 이러한 경험은 재난지원금이 앞으로 몇 차례 더 지급될지는 향후 경제 상황뿐 아니라 정치 일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경제 상황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과 우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정책금리 인상 시기다. 금통위는 올해 하반기 중 이르면 8월 말 정책금리의 추세가 전환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저소득층과 신용도가 낮은 고금리 대출자들부터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더 나아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가계부채 억제책의 일환으로, 신규대출이나 대환대출 그리고 기존대출의 연장 등에 제약이 가해지면, 취약계층부터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결국 금리 인상 추세가 가시화되면 그 동안 빚으로 버텨 온 취약계층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이 불가피해진다.
정치 일정을 살펴보면,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9월에, 야권의 후보는 11월경에 확정될 것이다. 여야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는 11월에, 다시금 재난지원금이 논의될 수 있다. 여당 후보는 보편지급에 가까운 재난지원금을 요청할 수 있고, 야권 후보는 지급대상 축소를 주장할지언정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여야 유력 후보들 모두 내년 5월 집권 이후 자신들의 임기 중에 국가부채를 늘리기보다는, 현 정부에서 국가부채의 명목상 책임을 떠맡아 주기를 바랄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강력한 경기부양법안을 요구했던 점도 이러한 셈법과 무관치 않다. 이렇게 본다면, 올 가을 이후부터 내년 봄까지 한두 차례 더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다.
우리는 매번 보편지급이냐 선별지급이냐를 물어 왔고, 그 결과 5차 재난지원금은 우리에게 몇 차까지 지급할 것인지 묻는다. 코로나19 및 그 밖의 대내외적 경제 환경의 여러 가능 경로를 파악하고, 차기 정부에 국정을 넘겨주는 상황을 상정하여, 각 경로별 계획(contingency plan)을 역순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차기 정부에 물려줄 국가부채의 경로별 예상 규모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그것을 토대로 몇 번의, 어느 정도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할지 경로별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최악의 경우 현재 상태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된다면, 재난지원금을 얼마나 몇 번이나 더 지급할까? 이는 여야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질문이다. 국정 운영은 발끝을 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목표 지점을 바라보고 걸어가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