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간 종료, 후회없다”지만…정치적 리스크 직면

입력 2021-08-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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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한 달 전 “탈레반, 전국 장악 가능성 극히 희박” 주장
아프간 정세 오판·철수 고집에 인도적 위기 초래 등 비판 직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 스크린 화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 대국민 연설 장면이 나오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 스크린 화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 대국민 연설 장면이 나오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함락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를 결정한 자신의 판단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지만, 평소 외교에 노련한 전문가임을 강조해왔기에 거센 역풍에 직면하게 됐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나는 20년이 흐른 뒤에도 미군 철수에 적절한 시기가 없다는 것을 뼈아픈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며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나의 결정을 분명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프간에서의 미국의 임무는 ‘국가 재건’이 아닌 ‘테러 대응’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아프간 함락 사태와 관련해 미국 안팎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내뱉은 발언이다. 도전적인 어조로 자신의 위기와 혼란스러운 철군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을 일축하려 했다는 평가다.

그는 이날 아프간 함락이 예상보다 빨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책임을 아프간 정부 지도자들과 현지 군인들에게로 돌렸다. 그는 “진실은 그것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됐다는 점”이라며 “아프간의 정치 지도자들은 포기하고 국외로 탈출했다. 아프간군도 포기하고 때론 싸우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책임 추궁과 정치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는 평가다. 불과 지난달만 하더라도 바이든은 “탈레반이 모든 것을 제압하고 전국을 장악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며 아프간 철군 정당성을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프간이 탈레반에 함락되기까지는 철군 발표 이후 불과 넉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프간의 주요 도시들은 차례차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막대한 현금을 들고 해외로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년으로 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인 아프간 전쟁은 미국 외교관과 직원들을 분주히 대피시키는 형태로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카불 국제공항에 수많은 피난민이 몰려들어 항공기에 매달리는 모습은 미국 정부가 아프간 정세에 관한 판단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사망한 사건은 ‘미국의 치욕’을 상징하는 선정적인 장면으로 다뤄지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에서 급격하게 공세를 취하던 것을 무시하고 미군 철수를 고집해 인도적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념비적인 붕괴”라고 꼬집었다. 밋 롬니 상원의원도 “바이든이 ‘비참한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사태 접근 방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미국 외교 정책의 확실한 책임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던 그에게 정치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역사가 이번 아프간 철군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의 사태로 인해 ‘미국이 돌아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이 조롱거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의 탈레반 집권에 따라 현지 인권의 급격한 퇴행이 예상되면서 ‘인권 대통령’을 표방하는 바이든의 명예도 함께 실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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