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 전금법 개정안도 무용지물

입력 2021-08-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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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금 절반만 은행 예치 규정 소비자 피해 불가피
당국, 전액 외부 예치 검토…65개 선불업체 재점검

‘머지런’(머지포인트와 뱅크런의 합성어) 사태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엉성한 법망으로 ‘소비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약점으로 노출시켰다. 개정안은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가 이용자 예탁금 중 50%만 은행 등의 관리기관에 예치할 것을 규정하면서 법 테두리 안에 있다 해도 소비자 피해는 불가피 할 것으로 예고됐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뒤늦게 머지플러스와 같은 특성을 가진 대금결제업자의 이용자 예탁금 100% 외부 예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은 현재의 7개의 금융업(△전자자금이체업 △전자화폐업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직불전자지급수당 발행 및 관리업 △전자지급결제대행업 △결제대금예치업 △전자고지결제업)을 송금, 결제, 대행 등의 기능에 따라 4개(△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 △지급지시전달업)로 재편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머지플러스는 송금(자금이체)은 불가능하지만, 여러 가맹점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활용(대금결제)되기에 대금결제업에 해당한다.

개정안은 이용자 예탁금을 보호하기 위해 대금결제업자가 이용자 예탁금을 고유 재산과 구분해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에 신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제는 이렇게 별도 관리되는 금액이 자금이체업자의 경우 100%지만, 대금결제업자는 50%라는 것이다. 머지플러스가 개정안에 따라 대금결제업으로 등록됐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용자 예치금의 반은 은행 등 외부 기관에 예치하지 않아도 돼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금융위는 자금이체업자와 대금결제업자의 예치금 비율에 차이를 둔 것에 대해 사업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속도로에서 무정차로 주행하면서 단말기 하이패스 카드를 통해 통행료를 지불하는 하이패스는 대표적인 대금결제업자다. 이용자가 하이패스 카드에 5만 원을 충전했을 경우 이를 수개월 동안 못 쓸 수 있기에 이런 예치금까지 100% 외부 기관에 예치하게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이패스와 같은) 대금결제업자와 머지플러스를 똑같이 봐야 하는지 고민”이라며 “대금결제업 중에서도 특성에 따라 (이용자 예탁금을 외부 기관 예치) 100%로 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외부 예치하지 않은 돈에 대해서도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전 교수는 “지금(머지포인트)처럼 뱅크런이 일어났을 때 (업자가 외부 기관에 예치하지 않고) 만재도 땅을 사놨다면 (이들이 고객에게) 내줄 돈이 없는 것”이라며 “외부 예치하지 않은 50%에 대해서도 자산 운용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관석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안에 전금법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대금결제업자의 특성에 따라 이용자 예탁금 외부 기관 예치의 비율을 달리하는 것은) 향후 논의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 관계자는 “머지포인트 문제가 터져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용자 예탁금 외부 예치) 퍼센티지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16일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자금융업 실태 조사에 나섰다. 이날 정은보 금감원장은 수석부원장, 전략 감독·중소 서민 금융·소비자 보호 담당 부원장보와 대책회의를 열었다. 금감원은 머지플러스의 환불과 영업 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 과정에서 관계기관과 협조해 고객 피해를 줄일 계획이다.

금감원은 나아가 등록된 선불업자에 대해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 실태를 재점검한다. 대상은 65개 사이며, 이들의 선불 발행 잔액은 2조4000억 원이다. 정 금감원장은 “이번 사태를 디지털 금융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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