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수출이 세 달 연속 100억 달러 돌파를 성공하며 2018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 이후 역대급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최근 잇따른 외국인의 반도체주 매도 성향으로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물론 이번 달 들어 글로벌 반도체주 전반이 하락국면을 맞이했지만 외국인의 국내 반도체주 매도가 대만이나 필라델피아와 비교했을 때 과하다는 분석이 있다. 오히려 중국시장 수출 등에 대한 모멘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18일 하락세를 장을 시작했지만 상승 전환하며 이날 오후 12시 43분 기준 전일 대비 0.27%(200원) 오른 7만44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를 51억 원어치 팔아치우며 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외국인이 9거래일 동안 팔아치운 삼성전자 주식은 6조1581억700만 원어치다.
특히 2022년 반도체 시장 전반의 성장 둔화를 전망한 ‘모건스탠리’는 지난 12일 ‘메모리-겨울이 온다’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내년 1분기부터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내년 중 D램 수급구조도도 재고 축적에 따라 점차 공급과잉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낮췄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 DRAMexchange는 내년 1분기와 2분기 32GB DDR4의 가격을 각각 전기 대비 -13%, -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번 달 초 8만 고지를 탈환 후 13일 이재용 부회장의 출소로 삼성전자 및 그룹 계열사에 ‘빅 이벤트’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기대를 모았으나 해당 리포트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게 되며 최근 지속적인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대량 매도 행렬은 개인 투자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반도체 주가가 회복을 안 한다면 진짜 개미들이 주식을 다시는 안 할 것 같은 분위기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출지표는 역대급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각 기업의 신규 스마트폰 모델 출시,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서버 증설, 신규 CPU 출시 등으로 고용량 D램(DRAM) 메모리 주문이 확대되고 있다. 개인 소비자들 역시 재택근무와 디지털 전환 흐름으로 개인용 PC, 노트북에 사용되는 SSD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세가 과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18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8월 5월 이후 글로벌 반도체 지수는 3.53% 떨어지며 침체기를 겪고 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지수 낙폭은 -12.30%로 대만(-4.10%), 필라델피아(3.00%)보다 3~4배는 더 급락했다.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국내 업종별 수익률을 비교해도 반도체와 IT하드웨어 섹터의 조정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이후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5조2000억 원을 순매도했는데 반도체 업종(6조7000억 원)을 빼면 오히려 1조5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유려에도 최근 반도체 주식 매도는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되는데 무엇보다 내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재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국내 반도체 섹터의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와 전망치를 분석하면 내년 1분기 영업이익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나 오히려 전체 분기와 비교했을 땐 2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에 가장 밀접한 지표인 반도체 수출 증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우려도 점차 완화될 수 있다”며 “반도체 기업 밸류에이션은 외국인 과매도세에 과거보다 가파르게 하락한 상태”리고 분석했다.
오히려 중국의 디지털 전환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는 앞선 3월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에서 디지털 발전 가속화와 디지털 중국 건설을 향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디지털 전환 계획은 초기 ‘디지털 산업화’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전통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산업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의 신형소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 5G 등 디지털 인프라 저변 확대로 새로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반도체 수입에서 한국의 비중이 2020년 말 이후 확대되는 반면, 대만의 비중은 축소되고 있다”며 “아직은 중국 내에서 반도체 자급자족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산 반도체 수출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