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악천후 지연 건수 2003년 350만 건→2019년 650만 건
온난화에 이상기후 더 악화…“항공산업, 가해자이자 피해자”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공항인 미국 시카고의 오헤어 국제 공항과 텍사스의 댈러스 포트워스 공항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각각 300편이 넘는 항공편이 결항됐다. 지난달에는 미국 북서부 태평양 산불로 인한 연기로 인해 콜로라도주 덴버 지역에서 8편의 항공편이 취소되고, 300편이 지연됐다. 올해 초여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와 콜로라도에서는 극심한 더위가 항공기 이륙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항공 규제 당국의 자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미국과 유럽에서 지난 20년 동안 날씨와 관련된 항공편 결항과 지연이 증가한 것이다. 미국 연방항공청에 따르면 전체 결항 건수 중 이유가 악천후인 비율이 2004년 35%에서 2019년 54%로 커졌다. 유럽 항공관제 기구인 유로컨트롤 역시 유럽 영공의 악천후로 인한 항공편 지연 건수가 2003년 350만 건에서 2019년 650만 건으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과학적 연구들은 지구 온난화에 따라 이러한 이상 기후 현상이 더 자주 일어나고 이전보다 강력해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항공업계 역시 이러한 추세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유엔 산하 항공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ACO)가 2019년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3은 “항공산업이 이미 기후변화로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데이비드 켄식 글로벌 운영총괄 이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가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문제에 더 잘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항공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단기적으로는 항공편 우회나 취소로 비용이 증가하는 등 악천후가 운영상의 골칫거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바람의 패턴 변화가 비행경로나 연료 소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례로 북대서양 상공의 제트기류가 변하면서 유럽에서 미국으로 비행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온실가스를 내뿜어 온 항공산업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야기한 주범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동시에 이 문제로 인한 피해자가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항공사들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 윌리엄스 영국 리딩대학 대기과학 교수는 “항공산업은 기후변화의 악역일 뿐만 아니라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