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반도체 매물 ‘폭탄’...외국계 IB는 아직 “바이 코리아”

입력 2021-08-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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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조 원. 올 한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팔아 치운 금액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 점유율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도 3100선으로 떨어졌다. 외인이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는 것과 달리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 증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인이 반도체 업종을 투매해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증시 전체 펀더멘털은 견고하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고점 논란...8월 외국인 6조 원 ‘투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6조6260억 원을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삼성전자(5조930억 원), SK하이닉스(1조9310억 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집중적으로 매도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투매는 반도체 업종 고점 통과(피크아웃) 우려에 기인한다. 최근 D램 현물가가 급락하면서 내년 2분기부터 연말까지 D램 가격이 반등하는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11일 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산업 보고서 ‘Winter is coming’을 통해 PC용 DRAM 가격 하락 전망 등을 근거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각각 8만 원, 8만9000원으로 대폭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날 CLSA 역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1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사이클이 최소 3분기가량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덩치가 큰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매가 이어지자 코스피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은 18.84%, SK하이닉스는 3.24%를 차지한다. 두 종목만으로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중 22%를 넘어선 상태다. 반도체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고, 올해 6월 25일 장중 최고 3316.08을 찍은 후 150포인트 넘게 반납했다.

◇반도체 ‘팔자’ 대신 2차전지 ‘매수’ = 대신 외국인 투자자는 실적개선이 두드러지는 금융, 운수·장비, 화학, 철강·금속 등에서 선별적인 매수세를 보인다. 이달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LG화학(5330억 원), 삼성SDI(5090억 원), 카카오뱅크(3570억 원), 셀트리온(1680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1330억 원), NAVER(1240억 원), 기아(1210억 원), SKIET(1120억 원) 등을 1000억 원 이상씩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망치도 훼손되지 않았다. 지난 2분기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목표치를 애초보다 500포인트 높은 3700포인트로 올렸고, JP모건은 지난 5월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3500포인트로 높인 바 있다.이들은 당시 내놓은 한국 증시에 대한 우호적 전망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증시에 대해 기존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그간 반도체가 한국 증시의 전부였지만, 2차전지, 바이오 등 반도체보다 매력적인 업종이 나타나면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당분간 대외적 환경에 따라 외인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낮은 백신 접종률, 인플레이션 논란, 환율 상승 등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에서다. 폴 최 CLSA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 과도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자산가격이 급등했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상태에서 구체적인 금리 인상 신호가 나와 하반기 국내 증시를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백신 수급률이 낮아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등급을 한 달 넘게 유지하고 있다 보니 이는 3분기 내수경제 침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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