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그린바이오, “타는 비닐에서 고소한 냄새 솔솔”…생분해 시장으로 뛰어든 中企

입력 2021-08-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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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8-22 17:3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PLA에 칼슘, 단백질 배합해 자체 생분해 원료 개발
걸음마 단계인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열 손가락 정도로 적어”

▲전라남도 함평 동함평산업단지에 있는 그린바이오 공장에서 신규석 이사가 생분해성 원재료와 제조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전라남도 함평 동함평산업단지에 있는 그린바이오 공장에서 신규석 이사가 생분해성 원재료와 제조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전 세계가 2050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탈 플라스틱에 나섰다. 썩지 않는 석유계 플라스틱이 토양, 해양에 남아 치명적인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문제를 인식하면서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세계적 친환경 책무에 맞춰 사업전환을 시작했지만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에 정말로 중요한 대책은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1일 전라남도 함평군 동함평산업단지에 있는 ‘그린바이오’를 찾았다. 2018년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에 뛰어든 국내 대표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ㆍ제조 중소기업이다. 기존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인 PLA(폴리젖산ㆍ옥수수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를 활용, 칼슘과 단백질을 배합한 자체 원료 개발을 진행한다. 이 회사는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이 연평균 약 20% 고성장하자 기존 에어컨 공조사업에서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전환했다.

▲이용한 그린바이오 부사장이 비닐에 불을 붙이고(왼쪽) 그린바이오가 제작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이용한 그린바이오 부사장이 비닐에 불을 붙이고(왼쪽) 그린바이오가 제작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그 곳에서 이용한 부사장을 만났다. 그가 공장 탐방 전 라이터와 자체 생산 비닐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비닐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비닐이 타면 나야 할 매캐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대신, 고소한 냄새가 났다. 이 부사장은 “이것이 바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기존 PLA는 온도 58도 이상, 수분 70%가 유지된 토양에서만 생분해되는데 저희 플라스틱은 38도에도 1주일 만에 분해가 시작된다”며 “끊임없이 분자구조를 연구한 끝에 얻게 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린바이오는 식물성 전분을 주성분으로 한 발포 용기와 친환경 빨대(1공장), 생분해성 플라스틱 비닐과 농업용 폐비닐(2공장) 등을 제작한다. 최근 제3공장을 조성 중인데, 이 부사장은 “자체 생분해성 원재료를 추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2공장 앞에는 자체 제작한 농업용 폐비닐을 직접 토양에 묻어 생분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제2공장 앞에는 자체 제작한 농업용 폐비닐을 직접 토양에 묻어 생분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제2공장 앞에는 농업용 폐비닐을 직접 토양에 묻어 생분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3개월 정도 묻힌 필름 곳곳에는 미생물이 파먹었는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연간 약 10만 톤 이상 발생하는 국내 농업용 폐비닐이 토양 오염을 일으키자 대체품을 개발한 것이다.

생산관리는 담당하는 정종호 과장은 “전 직원들이 직접 만져보고 땅에 묻는 실험도 하면서 만들어낸 생분해성 플라스틱이기에 어디든 당당히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비닐을 생산하는 제2공장에 들어서니 한가운데 큰 포대들이 놓여 있었다. 생산라인을 안내하는 신규석 이사는 직접 포대를 뜯어 생분해 원재료를 꺼내 보였다.

신 이사는 “이 소재를 늘리면 비닐을 만들 수 있고, 압축하면 플라스틱 컵도 된다. 플라스틱 제품 특성에 맞게 소재를 배합해 다양하게 생산한다”며 “제2공장은 생분해 비닐을 하루에 120만 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업체 측 요구에 맞춘 플라스틱 비닐을 생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린바이오 제2공장 전경(왼쪽)과 직원들이 생분해 플라스틱 비닐을 가공 처리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그린바이오 제2공장 전경(왼쪽)과 직원들이 생분해 플라스틱 비닐을 가공 처리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그린바이오는 올해 초 IBK와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9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받았다. 5월엔 서울창업허브에 입주해 사회적 기업 인증도 받으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린바이오는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광주과학기술원(GIST)과의 업무 협약을 맺으며 수출길도 열었다. 2019년 자국 내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금지를 내린 인도에 10억 원, 올해 중국 닝보시에 2억 원 수출 계약을 맺는 등 직접 발로 뛰어 생분해 플라스틱을 알리며 성장하고 있다.

▲그린바이오와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공동연구한 기간별 생분해 테스트 결과. (사진제공= 그린바이오)
▲그린바이오와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공동연구한 기간별 생분해 테스트 결과. (사진제공= 그린바이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이 부사장은 국내에서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과 정부 지원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환경법 등 바이오 플라스틱 인증이 구체적이지 않고 시장 현황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이 문제로, 뒤처지지 않고 꼼꼼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진짜 생분해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적다. 전 세계가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흐름에서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도 지금 당장 시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가 직접 시장을 알리고 있는 상황은 제약이 많고 힘들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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