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비둘기 민원에 속앓는 자치구…"서울시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입력 2021-08-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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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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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치구들이 길거리 동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쪽에서는 길거리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이에 불만을 품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갈등이 격화하고 있지만 자치구는 권한이 없어 개입할 여지도 적다.

서울 지역에서 대표적인 길거리 동물은 고양이와 비둘기다. 길고양이는 2017년 기준 서울에서 약 14만 마리가 있다. 비둘기는 개체 수는 수도권에만 약 50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먹이 줄 거면 직접 데려다 키워라" vs "인간만 사는 공간 아니다"

길고양이를 두고 주민 간 마찰이 발생한 지 오래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주민이 언성을 높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달에는 중랑구에서 한 남성이 길고양이 급식소를 부수고 폭력을 행사해 동물보호법 위반, 폭행, 재물손괴죄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주민들은 캣맘의 행동이 이기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최모(32) 씨는 "먹이를 주고 싶고 귀여우면 집에 데려가서 키우면 될 텐데 꼭 다른 장소에 급식소를 만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최 씨는 "캣맘들은 더위와 추위를 뚫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굳이 힘들게 그러지 말고 집에 데려가서 키웠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캣맘들은 개체 수 조절과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활동하는 한 캣맘은 "밥만 주는 게 아니라 중성화 수술, 입양 홍보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귀여움만을 누리기 위해 먹이를 주는 게 아니다"며 "인간만 사는 공간이 아닌 데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 측 민원 폭탄에 난감한 쪽은 구청이다. A 구청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길고양이에 관한 민원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간 당직 근무를 하다보면 길에서 죽은 고양이 사체를 치워달라는 전화까지 걸려온다"며 "민원인들 진정시키기 바쁘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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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상징? '골칫덩이' 된 비둘기…고양이보다 관리 더 안 돼

비둘기는 길고양이보다 더 관리하기 힘들다. 서울시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중성화 사업 시행 이후 2013년 25만 마리에서 2017년 13만9000마리로 줄었다. 개체 수를 관리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그 수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비둘기는 관련 정책이 사실상 전무하다. 시간이 갈수록 개체 수만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는 도시에 주로 서식하는 종인 '집비둘기'를 2009년 유해동물로 지정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포획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에 처벌규정이 없어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제재가 어렵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31) 씨는 "비둘기가 창문 위까지 올라와서 소리를 내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십 마리씩 몰려다니면서 배설물을 흘리고 다니니 위생적으로나 미관상으로 좋지 않다"며 "구청에서 먹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을 게시해도 이를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개체 수만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청도 손쓰기가 어려운 문제다. 마포구, 관악구, 강서구 등 구청 게시판에 비둘기 관련 민원이 올라오지만 먹이 주는 행위를 제지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B 구청 관계자는 "모든 자치구 민원 가운데 비둘기가 가장 골칫덩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대대적으로 포획해 처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러면 동물보호단체에서 반발할 게 뻔하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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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앞장서고 자치구가 이행하는 대안 모색해야"

구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인 사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치구가 개별적으로 나서다 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서울시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개체 수 조절은 물론 서식지 관리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들은 "비둘기의 경우 불임 사료를 주는 방법 등이 잘 알려져 있는데 관련 사업을 자치구 차원에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비둘기 불임 사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만 등에서도 시행된 방법이다. 이어 "사업 방향이나 예산 등을 마련해 길거리 동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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