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농장의 자율적 방역을 강화하기 위한 '질병관리등급제'가 시작됐다. 정부는 살처분을 피할 수 있는 만큼 '인센티브'라는 의견이지만, 농가는 살처분 보상금 삭감 조항이 '패널티'로 작용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질병관리등급제 시행을 예고하고, 7월부터 참여 농가를 모집했다. 질병관리등급제는 방역 수준이 높은 농장에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제도다.
현재 AI 긴급행동지침(SOP)은 AI 발생농가 3㎞ 이내 가금은 모두 살처분 해야 한다. 질병관리등급제에 참여하면 이 살처분을 피할 수 있다. 다만 500m 이내는 살처분 예외 적용을 받지 못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휩쓴 AI로 1670만9000마리의 가금이 살처분됐고, 이에 따라 달걀 부족 현상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질병관리등급제가 시행되면 살처분 대상이 축소돼 이 같은 공급 부족 상황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3일까지 등급제 신청 농가는 전체 산란계 농가 1091곳 중 276곳으로 25%, 사육 마릿수 기준으로는 7371만 마리 중 3024만 마리인 41%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농가에서는 질병관리등급제가 패널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참여 농가에서 AI가 발생할 경우 살처분 보상금이 현행 80%에서 60%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질병관리등급제는 정부가 방역책임을 농가에 전가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방역시설 구축이나 방역관리가 쉽지 않은 소규모 농가는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등급제 농가 신청률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10만 마리 이상을 키우는 농가는 46%, 5~10만 마리 사육 농가는 27%, 5만 마리 미만 농가는 18% 등 규모가 작을수록 참여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산 농장의 시설 개선을 꾸준히 추진해 보다 많은 농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알려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