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에서 군중들의 손을 통해 철조망 너머 미군에게 던져졌던 아기가 우여곡절 끝에 아빠 품에 안겼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진 동영상 속 아기의 뒷얘기를 들려줬다. 앞서 SNS에서는 철조망이 둘린 카불 공항 외벽에서 한 남성이 양손으로 아기를 떠받쳐 미군에게 건네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 세계인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미군에게 넘겨진 아기는 다른 병사가 맡은 뒤 벽 너머로 옮겨졌다.
커비에 따르면 아기는 병이 있어서 부모가 해병대에 맡겼다고 한다. 아기는 공항 내에 있는 노르웨이 측 의료 시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아빠 품으로 돌아갔다. 아기 아빠가 미군에서 통역사로 활동했는지는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비는 “해병대에 의한 인도적 배려의 행위”라며 “프로 의식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공항을 거점으로 시민들의 국외 도피를 추진하고 있으며, 공항 밖에는 도피하려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현지에 남겨진 미국인뿐 아니라 전직 미군 통역사 등 아프간인 협력자와 가족, 향후 신변의 위험이 있는 아프간인 등을 우선 도피시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백악관 연설한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인의 아프간에서의 국외 도피에 대해 “미군 최고 사령관으로서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보장한다”고 했다. 다만 “최종 결과는 약속할 수 없다”고 말해, 현지 정세가 얼마나 긴박한지를 강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군은 카불 공항에서 24시간 동안 약 5700명을 이송했다. 지금까지 하루 2000명 규모에서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이 밖에 민간 항공기로 대피하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