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무기’ 한 손엔 ‘SNS’…진화한 탈레반의 ‘온라인 활용법’

입력 2021-08-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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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메시지로 평화로운 면 강조하나 이와 상충하는 현장 제보도 이어져
지지 얻기 위한 SNS 선전
저항군 세력 대항하려 전략적으로 이용하기도
반 탈레반 세력, SNS 꺼리거나 당당하게 사용하거나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연합뉴스)

2001년 11월 미군과 반(反) 탈레반 연합군에게 쫓겨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다시 손에 넣었다. 21세기 탈레반이 지난 1차 집권기 때와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미디어’ 활용 양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일(현지시각) 탈레반이 과거 인터넷을 금지하고 TV·라디오 방송을 통제하던 것과 달리, 최근 카불 점령을 앞두고 SNS 등을 이용해 적극적인 여론전을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의 직업의 자유와 근무 환경을 보장하겠다는 탈리반 관계자의 말을 전하는 트위터 영상. (트위터 캡처)
▲여성의 직업의 자유와 근무 환경을 보장하겠다는 탈리반 관계자의 말을 전하는 트위터 영상. (트위터 캡처)

최근 카불에 입성한 탈레반은 SNS를 통해 ‘여성 권리 보장’과 함께 ‘여성 의료 종사자들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다’, ‘소수 종교단체가 핍박 없이 보호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지속해서 노출하며 ‘탈레반=엄격한 샤리아(이슬람 율법)=공포정치’라는 우려를 해소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탈레반이 제시한 청사진과 달랐다.

탈레반이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은 한 여성을 총살했다는 소식에 이어 카불 공항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위협 사격을 하는 영상도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또 반(反) 탈레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발포했다는 뉴스도 전해졌다.

NYT는 탈레반이 그들의 폭력적인 신념과 근본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아프간 장악을 위해 디지털 매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18일(현지시각)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살당한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사진. (폭스뉴스 캡처)
▲18일(현지시각)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살당한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사진. (폭스뉴스 캡처)

NYT는 “최근 몇 주간 탈레반 지지자들이 SNS를 통해 아프간 정부군이 저항을 거두는 데 일조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이 지지를 얻기 위해 ‘내러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면서 “아프간 도심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SNS를 통한 선전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앞서 13일 유력 군벌이었던 이스마일 칸이 탈레반에 전향하는 사진을, 15일에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 지도부가 포옹하는 사진을 게시했다.

▲BBC와 즉석 인터뷰를 진행했던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 (연합뉴스)
▲BBC와 즉석 인터뷰를 진행했던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 (연합뉴스)

탈레반의 미디어 활용은 SNS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탈레반 고위 인사들은 외신과의 인터뷰에도 적극적이었다.

15일 수도 카불 수복을 앞두고 BBC와 생방송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BBC 측에 먼저 전화를 걸어 즉석 인터뷰를 자청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복수는 없다”며 “우리는 이 나라와 국민의 하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강조했다.

샤힌 대변인만이 아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아흐마둘라 와세크 대변인과 압둘 카하르 발키 등 고위 인사들도 외신 등 언론과 활발하게 소통을 이어갔다. 탈레반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랍어·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NYT는 탈레반이 비판 여론이 결집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SNS를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 탈레반 트위터 카리 사이드 코스티가 게시한 트위터 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 대한 슬픔을 밝히고, 도피를 그만두고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트위터 캡처)
▲친 탈레반 트위터 카리 사이드 코스티가 게시한 트위터 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 대한 슬픔을 밝히고, 도피를 그만두고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트위터 캡처)

대표적인 친(親) 탈레반 인플루언서인 카리 사이드 코스티의 트위터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지난 16일 해외 도피를 위해 카불 공항 활주로에서 필사적으로 비행기에 매달린 사람들의 영상을 공유한 코스티는 “당신들의 모습을 보고 울었다. 우리도 20년간 비슷하게 울부짖어왔다”면서 “우리는 토미 가니가 당신들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고 트윗을 올렸다. ‘토미’는 서양의 관습에 물든 이를 뜻하는 탈레반식 은어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신들을 용서했으니 고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탈레반은 시민 기자단을 편성해 점령 지역 시민들의 지지 인터뷰를 수집해 올리고 있다. 이는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주로 게시된다. 해당 플랫폼은 이와 같은 게시물을 차단하고 있지만, 탈레반 측이 신규 계정을 통해 올리는 것을 모두 막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SNS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22일 탈레반은 트위터를 통해 반 탈레반 군사집단인 북부 동맹의 본거지 판지시르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북부 동맹도 방어 대비를 했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이는 탈레반의 거짓 정보였고, 반란군이 발생한 다른 지역인 바글란을 공격하기 위해 혼란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탈레반은 SNS를 통한 여론전과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탈레반에 반하는 이들 중 일부는 미디어 이용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한 여자 축구선수는 전 동료들에게 SNS 사진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고, 반 탈레반 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거 SNS 계정을 비활성화했다는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가니 정부나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인사들이 프로필을 비공개 전환하거나 삭제하는 등 탈레반의 보복이 두려워 소셜 미디어 사용을 꺼리고 있는 상황을 묘사했다.

▲탈레반 군인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카불 여성 시민들의 영상이 담긴 트위터 글. (트위터 캡처)
▲탈레반 군인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카불 여성 시민들의 영상이 담긴 트위터 글. (트위터 캡처)

그러나 저항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게시물도 꾸준히 공유됐다.

20일 카불에서 소규모 여성 집단이 탈레반 군인의 감시하에 시위를 벌이는 영상이 퍼졌고, 북부 동맹을 위시한 무장세력도 SNS를 통해 끊임없이 항전 의지를 밝히고 국제적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NYT와 인터뷰한 현지 대학교수는 “아프간의 신세대들은 탈레반의 통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며 “온라인 저항의 새로운 물결이 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탈레반이 SNS를 곧 금지할까 두렵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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