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출중단’이 가계부채 대책인가

입력 2021-08-24 05:00 수정 2021-08-2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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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대출 중단 도미노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이후 수차례의 공식·비공식적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놨다. 결과는 어떤 가계부채 대책도 대출 총량을 줄이지 못했다. 전문가도 가계대출의 총량 관리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한다. 가계부채는 올 들어 월평균 10조 원씩 늘었다. 7월 말 현재 1710조 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에 버금가는 규모다. 젊은 층 중심으로 주택구입과 주식투자를 위한 대출 수요가 급증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계부채는 임박한 금리 인상, 자산가격 조정 가능성 등과 맞물려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뇌관’이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금융당국이 대출 중단이라는 칼을 빼어 든 것이다.

가계부채는 어떻게든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백만 명이 거래하는 부동산 대출을 일시에 중단시키는 식이어야 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거친 규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느닷없는 대출 중단에 당장 전세자금을 빌리거나 이사를 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등 저신용 소비자들의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대출 고삐를 옥죄는 이유는 치솟고 있는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속내와 궤를 같이 한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민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풀린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엉뚱하게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쏠리면서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집값이 폭등했다. 금융당국은 가계 빚 증가가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대출 억제에 나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악재인 집값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당국을 통해 고강도 대출 규제에 나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주택공급 확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실물 경제를 고려하면 큰 폭의 금리 인상에 기대를 걸기도 어려우니, 대출이라도 막아 수요를 줄여 보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을 무조건 투기적 수요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이에 비례해 대출 총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돈줄 조이기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 달리 말하면 대출 중단을 가계부채 대책으로 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가계대출 증가를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방식이 구태의연하고 거칠기 때문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를 위해 무분별하게 대출을 권하다 정작 필요할 때 돈줄을 막아버리는 금융산업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런 식으로 어떻게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을 막겠다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근본 원인인 집값을 잡지 못한 탓이 크다. 정부는 대출규제로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급매물을 빼면 현실은 반대이다. 더구나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자금 융통 길마저 막아서는 상황이다. 작금의 현실에서 현금 부자가 아닌 한 자신의 자산만으로 집을 살 수요자가 얼마나 될까. 주택담보대출로도 모자라면 신용대출 등 이것저것 다 끌어모아야 할 판국이다. 그런데도 무주택자가 ‘영끌’(영혼까지 끌어쓴다는 뜻)로 집을 마련하는 것까지 막겠다는 건 시장 경제의 원리에 반하는 대책이다. 다시 말해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관리 시점을 벗어나면 또다시 급등세를 탈 것이다. 일시적으로 창구를 막는 극단적 조치보다, 선의의 피해자 보호장치 등 처음부터 대출심사 자체를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대출 억제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이되, 갑자기 돈줄을 죄어 오히려 충격을 키우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기준금리를 서서히 올리면서 은행권의 대출경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어 금리구조를 바꿔 나가는 등의 근본대책을 펼쳐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았어야 한다. 시장 불안을 키우고 역효과마저 우려되는 ‘대출 중단’이란 대증요법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정교한 처방이 필요하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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