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공무원 등은 얼마를 받는 것이 적정한가? 업무의 위험성, 어려움, 중요도 등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겠지만 공무 수행자의 품위 유지 등을 위해 보수가 너무 낮으면 안 될 것이다. 반대로 공무원 등은 정년과 신분 보장뿐 아니라, 퇴직 후 연금 혜택도 크다. 여기에다 권한과 명예도 있는 경우가 많고 간접적인 수입도 있을 수 있다. 공무원 등의 보수가 너무 많아도 안 된다. 공무원 등 공공 부문의 보수가 많으면 우수 인재가 불확실성이 큰 민간 부문으로 가지 않고 안정된 공공 부문으로 몰려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공무원의 보수는 소득 기준 중산층의 범주인 중위소득이나 평균소득의 70~150% 내에 있으면 상식적일 듯하다. 중산층 소득은 중위소득이나 평균소득의 50~150% 또는 70~150%를 말하나, 공무원 등 공공 부문 종사자의 적정 대우를 위해 보수의 하한을 50%보다는 70%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안전하고 편한 일을 하는 사람과 초보자 등은 중위소득이나 평균소득의 70% 정도를 받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은 150% 근처의 보수를 받으면 좋다. 공공 부문 중에서 의사와 연구원, 교수 등과 같이 전문성이 높은 사람은 보수를 더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중위소득과 평균소득의 70%와 150% 사이로 산정한 공무원의 적정 보수는 2020년 취업자의 중위소득 추정치를 기준으로 하면 1642만 원과 3519만 원 사이이고, 국민 계정의 임금근로자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2678만 원에서 5738만 원 사이이다. 한국은 상위 소득자의 소득집중도가 높아서 이 둘의 차이가 크다. 이 둘의 평균, 즉 중위소득과 평균소득 기준을 평균하면 2160만 원과 4628만 원 사이이다. 이것이 한국의 분배구조와 지급능력을 감안한 공무원 등 공공 부문 종사자의 적정임금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공무원들이 실제 받고 있는 소득은 대부분 이보다 많다. 하위직 공무원들의 보수 수준은 하한 근처에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근무연수가 오래된 고위직 공무원과 정무직 공무원은 중산층 범주 소득의 상단인 연 4628만 원을 훌쩍 넘는다. 공기업과 정부출연기관, 의사와 간호사 등 공공성이 있는 분야의 보수도 중산층 소득의 상단을 넘는 고소득자들이 아주 많다.
일부 고위직의 보수는 중산층 상단뿐 아니라 상류층으로 볼 수 있는 상위 10%의 경계소득인 8500만 원 수준을 넘는 경우도 많다. 즉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들어간 사람은 별 탈 없이 지내다 잘 승진하면 상위 10%에 속할 수 있다. 정규 교수나 의사 등은 되기만 하면 상위 10%의 상류층이 된다. 더욱이 이들의 소득은 법적·제도적 장치에 의해 사전적으로 결정되어 있어 우선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매년 오른다. 나머지 사람들은 이들이 먼저 갖고 남은 것을 나누어 갖는 구조이다. 이러한 사회는 소득 분배의 사다리가 정상이 아니다.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 등 공공 부문의 보상 수준이 높으면 민간 부문의 보수는 양극화될 가능성이 크다. 뛰어난 기술력과 경영능력에다 로비력까지 구비한 일부 기업은 공공 부문과 비슷한 고임금을 줄 수 있어 인재를 확보하고 기업을 계속 키울 수 있다.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기업은 인재 확보와 경영이 어려워진다. 거의 완전경쟁 상태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과 농림어업 분야는 더 어렵다. 공공 부문의 보상수준이 높고 민간 부문의 임금이 양극화된 소득 분배 구조는 고용률을 낮추고 자영업자를 늘리는 요인이다. 이것이 한국에서 저성장, 괜찮은 일자리 부족 등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며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른다. 미래를 어둡게 생각하는 큰 원인이 이러한 소득 분배 구조 때문일 것이다. 소득 분배 구조를 바꾸는 개혁은 개개인의 밥그릇과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저항이 아주 크다. 여기에다 한국은 나쁜 직업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좋은 직업을 가져 소득이 많은 사람도 자신의 소득에 만족하는 경우가 드물다. 비싼 주거비와 교육비뿐 아니라 식료품비 의료비 등 생활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많은 개혁이 필요하지만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 국민적 공감대와 파급 효과가 크고 저항이 작은 과제부터 찾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