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첫 특금법 신고에...업계 “요지부동 농협은행에 시장독점 심화”

입력 2021-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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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銀, '트래블 룰' 구축 내걸어
거래소 간 가상자산 이동 막혀
농협 방침에 금융위는 침묵만
업계 "업비트 독점 문제 우려'

국내 최대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제휴를 유지하며 20일 업계 최초로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아직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다른 거래소들은 금융위원회와 NH농협은행 등의 비협조로 신고가 미뤄지고 있다며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이 업비트의 신고 당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달 중 거래소 1~2곳이 신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내용을 놓고, 업비트와 ‘물밑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실명계좌 제휴나 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해 금융위 신고를 하지 못하는 거래소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속 타는 중소거래소, ‘트래블 룰’ 복병 = 시장에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시행이 9월 25일로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소 신고의 필수 요건인 실명계좌 확보 여부를 놓고 빗썸·코인원과 NH농협은행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3일 NH농협은행은 ‘트래블 룰(가상자산 사업자가 이전 관련 정보를 수취인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 체계를 구축하기 전까지 코인(가상자산)의 입출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거래소 간 코인의 이동을 막아선 것이다. 거래소 간 코인 이동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코인을 원화로 바꾼 후 타 거래소에서 해당 코인을 다시 사야 한다.

관련해 업계 전문가는 “기존 거래 대비 수수료가 훨씬 많이 나오는 만큼 투자자들이 타 거래소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농협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빗썸·코인원의) 시장 영향력이 줄 것이고, 받지 않으면 향후 신고 과정에서 고객확인(KYC)이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발목을 잡을 것이니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 또한 “(다른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있는) 케이뱅크나 신한은행은 별 얘기가 없는데 NH농협은행만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정부 입김이 많이 들어가는 은행이라서가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NH농협은행의 가상자산 거래소를 향한 요구에도 금융위는 침묵하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트래블 룰 적용 시기를 2022년 3월 25일로 명시했다. 업계 간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을 위해 기간이 필요한 만큼 시행 시기를 1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NH농협은행은 금융위와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빗썸·코인원 측에 트래블 룰 구축을 요구하며 실명계좌 확인서를 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3월이라 얘기한 것을 일단 떠나 (NH농협은행은 9월) 특금법이 시행되면 (트래블 룰을 어길 시) 관련 처벌은 받는다”며 “거래소에서는 3월을 얘기하지만, 은행은 면책을 받지 못하는 만큼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해석은 금융위의 해석을 넘어서는 월권인데 제재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금융위의 의중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독점 문제 촉발…피해는 투자자에게”= 아직 NH농협은행이 포착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뚜렷한 자금세탁 행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H농협은행이 자금세탁 방지를 근거로 내년으로 예정된 트래블 룰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빗썸·코인원의 신고 또한 차일피일 미뤄지는 중이다. 빗썸·코인원·코빗은 업비트와 민간 차원의 트래블 룰 대응을 위해 6월 29일 공동 대응 합작법인(JV) 설립 MOU를 맺은 바 있다. 이후 업비트가 지난달 27일 트래블 룰 공동대응 합작법인에 참여하지 않고, 자체 솔루션으로 트래블 룰에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대응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이 요구하는 트래블 룰 준수도, 실명계좌 발급도 요원한 상황인 것이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은 “금융위가 특금법 시행령에서 요구했던 사항들은 ISMS 인증, 실명계좌, 고객 예치금 분리 등인데 최근 진행한 컨설팅 결과를 보면 해당 내용은 전혀 포함돼있지 않다”며 “문제를 사칙연산 수준으로 내놓고, 지금 고차방정식 수준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정부의 패착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타 거래소의 신고가 요원해질 경우 업비트의 독점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7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거래소의 정리 과정이 계속되면 1등 거래소의 점유율이 더 늘어난다”며 “거래소의 공정 거래적 관점에서 문제가 되는데 점유율이 90%를 넘어가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질의하기도 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중견거래소에 상장된 김치코인이 증발, 투자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며 “한 중견거래소에 상장된 김치코인 한 종류의 유동성이 2조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대책 없이 특금법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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