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이자 정식 승인으로 백신 접종 의무화 박차…‘돌파감염’ 또 다른 숙제 부상

입력 2021-08-24 12:14 수정 2021-08-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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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감염 사례 늘어나고 있어
뉴욕 돌파감염률 4%, 콜로라도 메사카운티 약 7%
변수 많아 돌파감염 원인·패턴 등 관련 조사 어려움
미국 코로나19 입원 환자 9만 명 넘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3일(현지시간)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정식 승인한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 출처 FDA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3일(현지시간)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정식 승인한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 출처 FDA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정식 승인했지만, 백신을 둘러싼 미국 안팎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당장 미국 내 돌파감염 사례가 증가하면서 백신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DA는 23일(현지시간)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화이자 백신을 정식 승인했다. 시중 유통되는 백신들은 일부 검토 절차를 건너뛴 ‘긴급 사용’ 방식으로 승인된 것으로, 정식 승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이자가 FDA 정식 승인을 받으면서 미국 내 기업과 정부 기관 등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FDA의 결정이 의학적 근거가 아닌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방역 정책에 맞춰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 돌파감염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보건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사추세츠주 집단감염이다.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였던 지난달 4일 매사추세츠 프로빈스타운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났는데 469명의 확진자 가운데 74%가 2차 접종을 마친 사람들이었다. 이 지역뿐만이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에서 최근 뉴욕의 돌파감염률이 꾸준히 올라가 지난달 4%를 기록했고, 콜로라도주 메사카운티는 돌파감염률이 7%에 달했다. 다른 지역도 5%대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돌파감염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관한 데이터 연구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UC샌프란시스코의 감염병 전문가 모니카 간디는 “돌파감염이 현재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분명하지만 우리는 이를 연구할 만한 좋은 임상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돌파감염과 델타 변이의 연관성, 돌파감염 된 백신 접종자의 전염성 강도, 중증 가능성, 델타 변이에 대한 백신 효과 등 돌파감염과 관련한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이를 규명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레타의 임시 백신 접종센터에서 12세 학생이 23일(현지시간) 화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알레타/EPA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레타의 임시 백신 접종센터에서 12세 학생이 23일(현지시간) 화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알레타/EPA연합뉴스
당장 조사 시점이나 델타 변이 확산 지역 여부, 백신 접종률이나 기상 조건 등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공통적인 패턴을 파악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자가 증가하면서 돌파 감염 사례 또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당연한 현상으로 보기에는 불충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이 같은 돌파감염 사례 증가가 당국의 방역정책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내달 전 국민의 부스터샷(3차 접종) 개시를 선언했지만, 부스터샷이 필요한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나 백신 접종 확대 후 여행이나 사적 모임, 마스크 착용 등에서 방역 지침을 어떻게 할지 등 새로운 고민이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22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 입원 환자가 9만2482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는 2주 전보다 43%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겨울 대확산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긴급사용 승인과 정식 승인 차이점

긴급사용 승인은 쓸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고 개발 중인 제품이 효과적이거나 제품 사용 시 잠재적인 이익이 위험보다 클 때 부여된다. 다만 긴급사용 승인은 코로나19와 같이 보건 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기간에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정식 승인은 안전하고, 불순물이 없고, 효능이 있다는 것이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될 때 허가된다. 긴급사용승인과 달리 사용 가능 기간이 제한 없어 제품에 문제가 없으면 계속 판매할 수 있다.

지난해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각각 올해 5월과 6월에 FDA에 정식 승인을 신청했다.

정식 승인을 받기 위해선 FDA에 백신의 효능 및 면역 반응, 임상시험 대상자의 신규 감염 여부, 부작용 사례 등과 같은 실사용 데이터와 공장 실사 자료 등을 긴급사용 승인보다 10배 많은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양이 방대한 만큼 심사에 수개월이 걸린다. 아울러 FDA는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대상자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의 경우 최소 2개월 이상, 정식 승인은 최소 6개월 이상의 추적관찰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긴급사용 승인 백신과 달리 정식 승인 백신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때 법적인 분쟁 소지가 없는 만큼 미국에서는 이번 화이자 백신 정식 승인으로 백신 접종 의무화 방안을 검토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다만 우리 정부는 아직 관련 내용을 검토하지 않고 선택에 따른 백신 접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열린 코로나19 질병관리청 정례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접종의 의무화보다는 본인의 동의나 예약에 따라서 1차 접종, 2차 접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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