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상륙] "11번가 통해도 배송에 6~10일?” 배송 경쟁력에 의문부호

입력 2021-08-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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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이커머스 빅3 발판 도약에는 무리…상장 위해 성급한 시작이라는 평가도 나와

(사진제공=11번가)
(사진제공=11번가)

11번가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작년 11월 아마존과의 사업 협력 추진 계획을 발표한지 9개월 만의 결과물이다. 아마존은 우선 미국에서 판매되는 수천만 개의 상품을 11번가에서 판매한 후 계속해서 상품 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상품 설명과 구매, AS 서비스 등에 한글 및 우리말을 지원하면서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경쟁사와의 차이는 압도적인 상품 숫자와 국내 사이트에서 쇼핑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한글화와 UX(사용자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눈에 띄는 경쟁력으로 이 사장은 배송 속도를 꼽았다. 아마존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전용 물류창고를 활용해 배송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가 많은 상품을 미리 미국 서부 물류선터에 들여다 놓는 식이다.

일반적인 아마존 상품의 국내 배송은 10~14일이지만, 11번가를 통하면 미국 내 배송 기간을 줄여 6~10일로 빨라진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학교재와 영어교재 등 16만 개 상품의 배송은 더 빠르다. 이 사장은 “특별 셀렉션 카테고리를 통해 인기 상품은 기간을 더 단축해 4~6일이 걸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1번가는 아마존과 협력을 통해 이커머스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한다는 각오다. 지난해 11번가의 거래액은 10조 원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6% 수준으로 업계 4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네이버(17%)와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등과의 차이는 크다. 이어 롯데온(5%)과 카카오(3%), SSG닷컴(2%)이 뒤를 따른다.

하지만 아마존과 11번가의 협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장밋빛 일색이지만은 않다. 쿠팡과 G마켓 등 대부분의 이커머스업체들이 이미 한글 직구 서비스를 진행하고,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물류센터를 마련해 더 빠른 직구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지 물류센터를 활용해 최대 10일이나 걸린다. 기대를 모았던 아마존프라임과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의 서비스도 없다. 이 사장은 “우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론칭한 후 성과를 확인한 후 (OTT 도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국내에 물류센터를 지으면 개인간 거래가 아니라 기업 대 기업간의 거래가 되면서 관세가 더 붙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점이 딜레마”라면서 “사업성 확인을 위해 일단 해외 물류센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큰 차별성이 보이질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이커머스 관계자는 “아마존의 힘은 OTT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과 영토가 넓은 미국에서도 '빠른 배송'에 있는데 국내에선 차와 포를 떼고 게임에 나선 격”이라며 “6~10일이나 걸리는 배송 기간으로는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를 마련하려면 적게 잡아도 2~3년은 걸리는데 9개월 만에 사업을 내놓으면서 시작은 사업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며 “상장 추진과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 론칭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서비스를 내놓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11번가의 IPO 등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기로 한 상태로 11번가는 2023년까지 IPO에 나설 계획이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과 함께 선보이는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 ‘우주 패스’와 추천인 포인 적립제도인 ‘머니백’도 많은 회원을 유치해 상장시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큰 위협으로 등장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작은 '간보기' 수준이지만, 시장성이 보여 아마존이 적극 뛰어들게 되면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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