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포식자 카뱅 中] "혁신" 외치며 법 체계 흔들어…불공정 논란

입력 2021-08-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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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법 통과 은산분리 완화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수십년간 유지해온 법체계를 흔들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특례법을 통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제한)규제를 완화했다.

국회는 2018년 9월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을 통과시켰다. 인터넷은행법의 핵심은 4%로 제한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34%까지 늘려 은행 소유를 허용한 것이다. 1982년 국영은행들의 민영화 과정에서 대기업그룹의 은행 소유를 막기 위해 은산분리를 도입한지 36년만이다.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상한을 기존 은행법 기준 10%(의결권 있는 주식은 4%)에서 34%로 높인 것이 핵심이다. 지분 보유 기업도 법률에서 제한하지 않고 경제력 집중억제,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 등을 감안해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은행의 사금고화 우려를 고려해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서는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와 대주주의 지분 취득을 원천 금지하는 등의 장치도 마련했다. 중소기업을 제외한 법인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고 비대면을 원칙으로 하는 등 인터넷은행의 영업 범위도 규정했다.

KT(케이뱅크)와 카카오(카카오뱅크) 등이 적극적인 증자에 나서고 싶어도 주식 보유 제한 규정 때문에 자본확충이 어렵다는 점을 호소하면서 인터넷은행법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격론 끝에 법안은 수년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안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출범을 앞두고 박근혜정부 당시였던 지난 2016년부터 여야가 논의해 왔지만 반대 여론에 밀렸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규제완화 1호법’으로 정부와 집권 여당으로 입장이 바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인터넷은행 특례법 입법이 다시 추진됐다. 여전히 반대 여론에 막혀 입법에 실패했다. 그러던 중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앞세워 여당 내 일부의 반대와 지지층의 반발을 무릎 쓰고 은산분리 완화를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지지부진 하자 통과 한달 전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은 물론, 반대하던 여당의원들까지 인터넷은행법 통과에 손을 들었다. 논쟁 끝에 결국 법은 통과됐다. 기존 은행과 똑같이 ‘은행법’의 적용을 받았던 인터넷전문은행에 맞춤 법안이 생긴 셈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ICT 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것입니다. 나중에 일반 은행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도 규제 풀어달라고 할 경우 생기는 문제 등 이었다. 당시 국회통과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은산분리 완화를 인터넷전문은행에게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추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법의 불공정 문제는 지난해 4월 29일 개정안이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또 한차례 논란을 빚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정안에 대한 주요한 비판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지배주주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이 문제되자 그 결격사유를 완화한 것이어서, KT에게 특혜를 주는 법 개정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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