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3차 분배로 재무장한 중국식 사회주의

입력 2021-08-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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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최근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common prosperity)’ 정책을 두고 속앓이를 하는 중국 부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시 주석이 참석한 제10차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통해 중국은 공동부유를 핵심 어젠다로 선정하며 중국식 사회주의를 더 강조하는 분위기다.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는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 ‘중앙네트워크안전 및 정보화위원회’, ‘중앙외사업무위원회’ 등과 함께 중국 공산당 직속의 4개 국정의사 논의기구 중 하나이다. 경제금융 관련 최고의 국정 논의기구로 지난 2018년 4월부터 1년에 2~3차례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경제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회의라고 볼 수 있다.

이번 10차 회의 핵심 의제는 ‘공동부유’와 ‘금융리스크 사전예방’이다. 특히 공동부유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하자 이를 두고 대내외적으로 논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공동부유는 부의 재분배, 양극화 해결, 불평등 해소로 요약된다. 사실 공동부유는 중국 정치경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표현이다. 마오쩌둥부터 4세대 지도부 후진타오의 기본사상을 관통하는 중국식 사회주의 핵심용어이다. ‘공동부유’ 개념은 1953년 12월 농업생산 합작사 발전 정책을 발표하며 시작되었다. 능력에 관계없이 똑같이 대우한다는 이른바, ‘한솥 밥을 먹다(吃大鍋飯)’로 표현되는 계획경제 개념이었다. 덩샤오핑은 “사회주의는 가난한 것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잘 사는 지역부터 잘 살아 못사는 지역을 이끌어 줘야 한다는 ‘선부론’을 주장했다. 중국의 본격적인 개혁개방이 진행되었고,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출발인 셈이다. 덩샤오핑의 선부론도 공동부유를 향한 단계로 그의 ‘두개의 대국(兩個大局)’ 사상에서 잘 나타난다. 첫 번째 대국은 동부 연안지역의 대외개방을 통해 먼저 발전해 낙후된 중서부 지역을 보살펴야 한다는 ‘선부론(先富論)’ 단계이다. 두 번째 대국은 중산층의 사회인 샤오캉(小康) 시기에 도달하면 동부지역은 중서부 지역의 발전을 적극 도와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공부론(共富論)’ 단계를 의미한다. 3세대 장쩌민은 노동에 따른 분배를 강조함과 동시에 동부와 서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서부대개발’ 전략을 제시했다. 4세대 후진타오 정부에서는 도농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3농(농촌·농업·농민)정책’과 ‘사회주의 신농촌건설’ 운동을 시작했다. 이처럼 공동부유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핵심 내용으로 이미 자리 잡고 있는데, 시 주석은 왜 갑자기 ‘공동부유’ 정책을 전면 부각시키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시 주석의 3연임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선전 전환용이다. 3연임을 두고 일어나는 공산당 내부의 노이즈를 없애고, 대중의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부(富)의 양극화가 공산당의 당위성과 권위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40년간 중국은 초고속 성장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단순히 부자의 수만 보면 중국이 이미 미국을 추월하고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중국 전체의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포브스가 발표한 2020년 세계부자 순위를 보면 중국 부자는 10위권 내에 1명밖에 없지만 10위권 밖으로는 중국과 홍콩 부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가늠하는 지니계수에서 중국이 지난 2000년 0.599에서 2020년 0.704로 확대되면서 심각한 사회 불평등이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니계수는 빈부격차와 계층 간의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1에 가까울수록 사회적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 주석은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공산당의 존엄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정부가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10차 회의에서 중국은 ‘3차 분배’라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방향성을 제시했다.

1차 분배는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분배, 즉 노동에 따른 분배를 의미하고, 2차 분배는 정책에 따른 분배로 독점과 부정경쟁 및 불법으로 얻은 수입의 재분배를 의미한다. 최근 중국정부가 반독점 이슈로 빅테크 기업을 옥죄는 것은 바로 2차 분배에 따른 정책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3차 분배는 무엇인가? 고수입자에 의한 자선 및 기부사업을 통한 분배를 의미한다. 3차 분배는 성장과 분배의 관점에서 돈 있는 자본가의 자선과 기여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10차 회의가 끝나자마자 텐센트는 공동부유 프로젝트에 1000억 위안(약 18조 원) 규모로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혔고, 디디추싱 등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과 보험 가입을 약속하는 등 중국 대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추세다. 3차 분배로 무장한 중국식 사회주의가 몰고 올 여파가 심상치 않다. 중국식 사회주의가 미국식 자본주의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중국 공산당의 정책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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