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승소’ 우리은행, DLF 상품 판매 구조적 문제…피해자 소송전 불리

입력 2021-08-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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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회장 징계 무효에도 상품 판매 과정서 '구조적 문제' 지적

▲우리은행 전경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 전경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상품 판매 과정의 과실이 인정되며 ‘반쪽짜리’ 승리에 그쳤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중징계는 무효가 됐지만, 우리은행과 DLF 피해자 간 소송에선 이 과실이 우리은행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27일 손태승 회장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난 2019년 채권금리가 급락하며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이에 대한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을 근거로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재판부는 징계 취소 소송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으나, 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내부통제기준에 포함해야 할 ‘금융상품 선정절차’를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DLF 불완전 판매 피해자 소송에서는 우리은행이 승기를 잡긴 어려울 전망이다.

재판부는 “우리은행은 형식적으로는 내부통제를 위한 상품선정절차인 ‘상품선정위원회’를 마련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9명의 위원에게 의결 결과를 통지하는 절차조차 마련하지 않는 등 내부통제절차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최소한의 정보유통 절차를 흠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상품선정위원회의 의결 결과는 상품출시 부서의 의도에 따라 수차례 ‘투표결과 조작’, ‘투표지 위조’, ‘불출석·의결 거부 위원에 대한 찬성표 처리’ 등을 통해 왜곡됐고 이러한 왜곡이 없었더라면 정족수에 미달돼 출시되지 못했을 상품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DLF 불완전 판매가 임직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은행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명시했다. 금융기관에서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도록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과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개별 금융기관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조직적 부당행위가 개입돼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재판부는 “관련 임직원 개개인의 일탈 문제를 넘어 우리은행의 상품선정절차가 그 견제 기능과 관련한 정보를 최종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정보유통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우리은행의 구조적인 문제가 “금융소비자들의 소송과정에서도 반영될 필요가 있는 문제점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재판부가 꼬집은 DLF 상품 선정부터 판매까지의 조직적인 개입 행위는 피해자들과의 소송에서 우리은행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왜곡이 없었더라면 정족수에 미달돼 출시되지 못했을 상품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고 명시한 것은 이번 소송 결과를 떠나 우리은행의 잘못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우리은행이 금감원과 소송에서 이겼을지 몰라도 피해자 간 소송에서는 이번 판결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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