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과제, 중소ㆍ중견기업을 위한 기술보호 정책 확대를 기대하며

입력 2021-08-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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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국가 경쟁력의 창출은 선도기술의 확보와 보호의 병행이 핵심이라는 인식 확대

바야흐로 기술패권주의의 심화가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기존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국가 간의 최선 또는 차선의 선택을 통해 궁극적으로 보다 나은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자유무역주의를 지향하는 제도적 설계와 구현이 어느 정도 가능하였으나, 앞으로는 이러한 국제적 협력 논의 체계의 건전한 작동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과거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원자재 또는 완제품에 대한 물량 통제와 관세 등의 방법을 주로 활용하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핵심 산업기술이 적용된 제품에 대한 수출입 통제, 지식재산권 강화와 원천기술의 활용 제재,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인력교류 금지 등 산업 내 혁신활동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연구개발 활동 전반을 보호무역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소위 기술패권주의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 미국·일본·유럽 등 기술선진국에서는 자국의 선도기술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 못지않게 국가 핵심 기술에 대한 보호를 위한 각종 법안 마련 및 해당 분야의 외국인 연구인력 및 유학생의 참여를 제한하는 등 국가 핵심 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이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술보호에 대한 정부 관심 제고와 민관의 투자 확대는 긍정적

우리나라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연간 100조 원에 달하는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투자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소부장 연구개발 고도화 방안’ 및 ‘한국판 뉴딜 정책’ 등 대표적인 국가 전략품목과 미래 핵심산업 관련 선도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안보정책관 신설, 산업기술 보호 법률(산업기술보호법 및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등)에 대한 개정 작업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등 국가 차원의 산업기술 보호 체계를 크게 강화해 나가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의 원천인 핵심기술에 대한 확보 못지않게 보호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게 향상되어 예전에 비해 많은 투자도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은 여전히 미흡

정부의 기술보호 정책 마련과 대기업의 기술보호 활동 투자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은 그리 개선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관계부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은 대기업 대비 45% 수준으로 매년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으며,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저하, 기술수명주기 단축에 따른 혁신 요구 증대, 연구개발 인력과 자금 부족 등 국내 중소ㆍ중견기업의 열악한 기술혁신 환경을 고려할 경우 중소ㆍ중견기업만의 자발적인 기술보호 활동 수행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부분의 국내 중소ㆍ중견기업들이 대기업과의 밀접한 협력하에 경영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보호 역량 미흡으로 인한 기술유출이 대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의 기술경쟁력 저하에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로 우려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중소ㆍ중견기업 관심 제고와 자발적 참여 유인을 위한 정책 확대 필요

정부도 이러한 위기 인식하에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보호 역량 제고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그 규모가 부족하며, 관련 부처별 통합된 지원체계 구축 미흡 등으로 인해 수혜 대상인 중소ㆍ중견기업의 관심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기술유출 유형이 내부 인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지원 정책이 사이버보호 활동과 기술침해조사 및 분쟁 조정 등 기술유출 발생 이후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또한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보호 역량 제고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소ㆍ중견기업의 관심 제고와 자발적인 참여 유인을 위한 새로운 정책의 발굴과 예산 확대가 필요하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보호에 대한 관심 제고를 위해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술보호 현장 컨설팅을 기술혁신형 중소ㆍ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확대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벤처기업 및 이노비즈 인증 시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당 기업들에 홍보함으로써 기술혁신 활동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스스로 기술보호 활동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소ㆍ중견기업이 일정 수준 자격을 보유한 기술보호 운영 인력을 채용할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 줌으로써, 중소ㆍ중견기업이 기술보호 전문인력을 보다 능동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셋째,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할 경우, 연구개발 및 인력개발을 위해 사용한 비용의 일정률을 법인세에서 공제하고 있는 점을 고려,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중소ㆍ중견기업이 기술보호를 위해 수행한 비용과 관련 인력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는 일정률을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 단위의 기술보호 환경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산업별 중소ㆍ중견기업과 전문가 집단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산업별 기술보호 운영협의체 신설과 더불어 산업별 특화된 기술보호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등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국가의 기술보호정책은 연구개발정책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역량과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대표적인 시장 실패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급속히 변화하는 기술경쟁 환경하에서 국내 중소ㆍ중견기업들이 글로벌 수준의 핵심 선도기술을 개발ㆍ확보하고 나아가 확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쟁우위 창출이 가능할 수 있는 소위 기술개발과 기술보호의 선순환 환경이 조속히 정착되어 보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및 (사)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 공동기획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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