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바닷길 안전의 미래, 기술력이 답이다

입력 2021-08-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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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지난해 발표한 ‘2020 해양수산 국민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우리나라 경제에 해양수산 부문이 기여하고 있다고 보았다. 많은 국민이 생태계와 인류문명의 기반이자, 세계 무역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다를 인식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선박으로 운송되고 있어 해양교통로는 ‘국가의 생명선’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문제는 육로와 달리, 해로의 해상안전을 위한 기술적 지원이 다소 부족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해양수산 국민인식도 조사에서도 해상안전을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1순위 과제로 ‘노후화된 선박 수리 및 현대화’가 꼽혔다.

육로에선 일찍이 ‘전 좌석 안전띠 매기’, ‘안전속도 5030 캠페인’ 등 교통안전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여러 기술적인 조치가 병행됐다. 교통약자 보호 구역 내 속도위반 범칙금 등 법적인 제재도 더해져, 인구 10만 명당 도로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5.9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제는 전국 고속도로의 방대한 통행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미래의 교통상황까지 예측해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력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해양교통로의 안전사고 예방 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해양 교통사고 발생 원인의 80% 이상은 인적 과실인데, 나쁜 기상에도 무리한 운항을 하거나, 음주 및 졸음 운항, 또는 안전 수칙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을 비롯한 해양안전 관계 기관과 함께 선박운용자와 어업인, 일반 국민 등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과 인식개선 캠페인을 지속해 왔다. 그럼에도 해양사고는 수상레저 등 국민의 해양활동 증가와 함께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해양사고는 연평균 8.1%로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실효적인 예방책은 기술력 확보에 있다. 각종 해양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항 중 충돌·좌초 위험을 미리 알려준다거나 정확한 바닷길 안내를 통해 선박의 안전운항을 지원하는 시스템, 그리고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 시스템 등을 꼽을 수 있다.

해수부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세계 최초로 한국형 ‘바다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도입 중이다. 선박 운항자는 바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전한 항로 정보와 실시간 전자해도 자동 업데이트, 기상정보와 충돌·좌초 위험 음성안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단말기로 통신할 수 있고, 위치 발신 기능은 물론, 입출항도 자동신고된다.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 바다 내비게이션이, 차량의 그것과 다른 점은 ‘빠른 길 찾기’보다는 ‘안전한 항해’가 우선이라는 점이다. 공단은 올 초부터 총톤수 3톤 이상 각종 선박에 바다 내비게이션 단말기 설치를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선박 1860척이 단말기를 설치하였다. 또한, 3톤 미만 선박에도 바다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용앱을 개발하여 보급 중이다.

최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선박화재 조기 진압을 위한 소화시스템’을 개발해 특허청의 특허도 받았다. 이번 시스템은 어선의 특성상 선원이 상주하지 않는 기관실의 화재사고를 초기에 인지, 진압하기 위한 것으로 화재 감지 및 대응 방식뿐만 아니라, 소화기 내부의 충전 약재 등도 개선해 화재 조기 진화 능력을 강화했다. 공단은 올해 6월부터 10톤 이상의 어선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바닷길 안전에 대한 투자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 개발에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정부를 비롯한 산·학·연 협업 연구가 활성화되고, 민간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 해양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과 캠페인, 각종 법령 정비 등이 더해질 때, ‘국가의 생명선’인 안전한 바닷길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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