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오너 리스크와 책임

입력 2021-08-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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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워홈 구본성 전 부회장은 보복운전 논란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결국 경영권을 동생인 구지은 대표에게 빼앗겼다. 범 LG가 최초의 여성 오너 경영인이 탄생한 것은 오너이자 회사의 경영을 진두지휘한 구본성 전 부회장의 무책임한 일탈이 한몫했다.

#.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불가리스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매각’를 꺼내들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매각을 미루고 있다. 매각 발표 후 주가는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가족들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사실이 알려지며 남양유업에 대한 불신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오너의 역할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되돌아보게 한다.

오너의 한 마디에 주가가 움직이고 오너의 도덕적 해이가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대한민국 기업에서 오너는 기업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주체다. 전문경영인을 두고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웬만한 중견 규모 이하 기업은 대부분 오너 판단에 따라 사업 방향이 좌지우지된다. 오너가 던진 말 한마디에 기업이 일희일비하며 리스크를 떠안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경영권을 잃었고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로 제품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이후 행보는 조금 다르다. 아워홈이 새 경영진을 맞이하며 ‘쇄신’에 속도를 냈다면 남양유업은 ‘매각’ 발표로 급한 불을 끈 후 매각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며 홍원식 회장의 대국민사과 진정성마저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남양유업을 매수하기로 한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매각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분유업계 2위 기업이자 발효유 시장 1위 브랜드를 보유한 남양유업이 매각을 발표한 후 매각대금을 두고 ‘헐값’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던 만큼, 업계에서는 홍 회장의 변심(?) 역시 매각 대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한 때 인스타그램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문구를 자주 사용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섰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사들은 이마트 불매운동까지 운운하며 정 부회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부회장은 외면 대신 ‘결자해지’를 택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안경 사진과 함께 안경을 올릴 때 가운뎃손가락을 자주 썼던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가장 짧은 손가락으로 바꾸겠다는 글을 올렸다. 가운뎃 손가락이 ‘욕’으로 오인될 수 있듯 ‘미안하다, 고맙다’는 평소 자주 사용하던 말이지만 오해를 살 수 있는 점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는 오해로 인해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자신의 실수를 깔끔하게 인정했다. 이후 ‘미안하다, 고맙다’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교촌치킨의 권원강 회장도 친척의 사내 갑질 논란이 일자 일선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책임있는 결정을 했다.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은 갑질 논란으로 경영에서 물러난 후 곡절 끝에 결국 회사를 매각했다.

오너의 행동이나 결정에 대한 책임은 오너 자신에게 있다. 잘못도 실수도 오너가 했으니 이를 인정하고 논란을 잠재우는 일 역시 오너의 몫이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논란 당시 홍원식 회장이 아닌 전문경영인이 대국민사과를 했다. 7년이 흐른 후 불가리스 논란에 이르러서야 홍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고 매각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매각 번복 가능성이 고개를 들며 홍 회장 일가와 남양유업에 대한 불신은 오히려 매각 발표 전보다 악화하고 있다. 홍 회장은 오너의 몫을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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