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헨리 조지의 유토피아

입력 2021-08-31 07:31 수정 2021-08-3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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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부국장 겸 산업부장

한마디로 이대로 됐으면 좋겠다.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라)’. 이 세금 제도로 인해 영양실조로 가녀린 뼈밖에 남아 있지 않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국제구호단체 TV 광고에 나오는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예 구호단체 자체가 존재의 의미를 잃었으면 한다.

불공평한 부의 분배에 분노하며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청년들과 폐지로 가득 찬 손수레를 힘겹게 끄는 노인들의 핏발 선 손목도 자취를 감추면 더할 나위 없겠다. 가난이나 공포로부터 생겨나는 악덕, 범죄, 무지, 잔악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유토피아가 도래하면 금상첨화다.

헨리 조지는 1879년 낸 ‘진보와 빈곤’에서 자신의 토지 과세 정책(토지가치세)이 현실화하면 이런 일이 일어날 거로 믿었다. 그는 서문에서 “모든 사람이 필요한 것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탐욕이 생겨날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헨리 조지는 이 책을 낸 지 약 140년이 지난 시점에 한국에서 ‘핫피플(크게 주목받는 인물)’로 등극했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여당에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져서다. ‘조지스트(헨리 조지 추종자)’도 등장했다.

헨리 조지의 논리는 단순하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처럼.

토지에서 나오는 모든 지대를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토지가 모든 부의 원천이라고 봤다. 다른 세금을 모두 폐지하고 국가가 세금으로 땅에 대한 지대 전액을 가져감으로써 임금을 높이고 자본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가난을 근절하고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수입 높은 일자리를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또 범죄를 감소시키고 도덕, 취향, 지성을 드높이며 문명을 좀 더 높은 곳으로 승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모순적 진단을 내렸다. 결정적인 오류는 ‘탐욕’에 대한 통찰이다.

헨리 조지는 “인간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고 단언했다. 인간의 본성이다. 적게 일하고 많은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 더불어 그는 “인간은 욕구가 충족될수록 그 욕구가 더욱 늘어나는 유일한 동물이다”고 진단했다. 이를 종합하면 “사람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는데, 이 욕구가 충족된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고 추가적인 욕심을 낸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렇다면 토지가치세로 거둬들인 재원을 어떻게 나눠야 모두가 더는 욕심내지 않는 공평한 부의 분배를 실현할 수 있을까. 그의 대답은 “각 개인이 공동 재고(부)에 기여한 근면, 기술, 지식, 근검절약 등의 정도에 따라서 부가 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본성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하지 않다. 지대를 모두 국가가 세금으로 거둬 도대체 누가,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그 기여도를 평가해야 모두의 불만이 잠재워질까.

좋은 이론과 실현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그는 거의 마지막 장에서 이 모순을 갈무리하려는 듯 “인간의 탐욕은 빈곤에서 생긴다”고 주장한다.

빈곤에서 발생한 탐욕은 탐욕이 아니다. 생존 본능이다. 최소한의 인간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삶에 대한 기본 욕구다. 헨리의 주장대로라면 백만장자에게는 탐욕이 없어야 정상이다.

탐욕의 충돌과 조율이 세계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어느 경제활동 주체도 봉사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기업과 국민의 탐욕을 조율하고 사회적 책임을 최대한 늘릴 수 있는 정책을 펴는 역할을 할 뿐이다. 탐욕을 없애는 것은 오로지 ‘신’의 영역이다. 자본주의 3대 요소인 사유재산인정, 계약, 법치주의 중 이 정권에서 침범하지 못한 유일한 것이 사유재산이라고 말하는 경제인들이 많다. 대선정국이라고 하지만 자본주의 틀 자체를 뒤트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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