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미국, 20년 만의 아프간 철군...미 역사상 최장 전쟁 종지부

입력 2021-08-3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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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후 20년간의 전쟁...미 전쟁 역사상 최장 기간
투입 비용 1조 달러에 달해
탈레반 20년 만에 정권 재장악으로 국제사회 우려
바이든, 31일 아프간 전쟁 종료 대국민 연설 예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폭탄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폭탄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와 일반인 대피를 완료했다고 공식 확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9·11 테러 다음 달 시작된 미국과 아프간 탈레반과의 전쟁은 20년 만에 공식 종료됐다.

프랭크 맥킨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날 오후 미국의 마지막 비행기가 아프간 현지시간 11시 59분 수도 카불 공항에서 이륙했다고 밝혔다. 맥킨지 사령관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아프간 철수의 완료와 미국 시민, 제3국인, 아프간 현지인의 대피 임무 종료를 선언하기 위해 섰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후 12만3000명이 아프간에서 대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군의 아프간 철수 완료를 공식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만 명이 넘는 미국인과 아프간인들의 아프간 대피를 돕는 미군 역사상 최대 공수 임무를 수행했다”면서 “9월 이후에도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인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국제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아프간 전쟁 공식 종료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미국 국방부가 제공한 사진에서 미국 공수부대원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제공한 사진에서 미국 공수부대원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아프간전은 미국 전쟁 역사에서 가장 긴 전쟁으로 손꼽힌다. 아프간전은 2001년 당시 아프간의 정권을 쥐고 있던 탈레반이 9·11 테러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에 대한 인도 요구를 거부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개전 당시 미국 대다수가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아프간전을 지지했다.

미국은 탈레반을 축출한 뒤 친미 정권을 세우고 2011년 5월 빈라덴까지 사살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로 아프간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전쟁 시작 후 지속적인 인명피해와 막대한 지출로 미국 내부에서 전쟁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은 차츰 식어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전쟁 시작 후 미군 약 2400명이 사망하고, 수 만 명에 달하는 아프간인이 희생됐다. 미국의 지출액은 약 1조 달러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2만 명 이상의 재향 군인 연금과 치료 비용 등을 감안하면 아프간 전쟁 비용은 이미 수조 달러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여기에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등으로 아프간 전쟁은 그야말로 ‘잊힌 전쟁’이 됐다.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의해 수도 카불이 함락되기 직전 엄청난 양의 현금을 갖고 국외로 도피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도피 행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5일 미국을 방문한 가니 대통령의 모습. AP연합뉴스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의해 수도 카불이 함락되기 직전 엄청난 양의 현금을 갖고 국외로 도피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도피 행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5일 미국을 방문한 가니 대통령의 모습. AP연합뉴스

이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은 2016년 말까지 철군을 계획했지만, 치안 악화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5월 1일까지 미군을 철수하는 합의를 탈레반과 작년 2월 맺었고, 올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2500명의 아프간 주둔 병력 철수를 결정하면서 아프간전 종식 의지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미국이 최소 연말까지는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군이 버틸 것이라고 오판으로 탈레반이 지난 15일 정권을 장악한 뒤 철군 일정은 물론 민간인 대피에도 큰 혼선을 빚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일시적으로 미군 병력으로 5800명으로 늘려 미국인과 아프간 전쟁 기간 중 미국을 도운 아프간인 대피 지원에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 등 동맹국도 이에 맞춰 자국민과 아프간인 대피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한 미군 유해를 맞고 있다. 도버/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한 미군 유해를 맞고 있다. 도버/EPA연합뉴스

아프간전은 미국과 아프간 모두에 큰 상처를 남겼다. 지난 4월 기준 아프간전으로 희생된 이는 약 17만 명으로, 아프간 정부군(6만6000 명), 탈레반 반군(5만1000명), 아프간 민간인(4만7000명) 등 아프간 측 피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미군의 이달 카불 공항 폭탄 테러로 희생된 13명을 포함해 총 2461명이 목숨을 잃었고 미 정부와 계약을 한 요원 3846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군 1144명 등 미국도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다.

미국의 아프간 전쟁 공식 선언 후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당장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아프간 현지의 여성 인권과 언론의 자유가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인권’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알카에다와 IS 등 국제 테러 조직이 아프간을 거점으로 활용해 이들에 대한 감시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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