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실패는 두 번으로 족하다

입력 2021-09-01 09:56 수정 2021-09-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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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부국장 겸 부동산부장

#.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담은 문재인 정부 첫 부동산 종합대책(8·2대책)을 발표하면서 “(양도세 강화 전인)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리겠다.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이례적인 과열 현상을 보였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13.56% 올라 전년 상승률(5.28%)을 두 배 넘게 웃돌았다. 김 장관의 말을 듣고 집을 판 사람들은 가슴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김 장관은 국회에서 “다주택자와 법인이 매물로 내놓은 물건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집값이 곧 떨어질 테니 매수에 신중하라는 경고였다. 그 발언 이후 서울 집값은 더 뛰었다. 경실련 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93% 올랐다. 재앙 수준의 폭등이다.

#.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투기와의 전쟁’을 벌였다. 해마다 규제 강도를 높였는데 집값은 되레 더 올랐다. 임기 5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57% 뛰었다. “집값이 미쳤다”는 말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집권 5년 차인 2007년 1월 신년 연설에서 “부동산, 죄송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민심은 이미 돌아섰고, 그해 겨울 정권까지 내줘야 했다.

#. 임기 8개월을 남겨 놓은 문재인 정부가 받아든 부동산 성적표 역시 참담하다. 양도세 중과는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했다. 집값에도 전가됐다. ‘묻지마식’ 재건축 규제는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불렀다. 특정 지역을 콕 집어 옥죄는 ‘핀셋 규제’는 풍선효과만 낳았다. ‘임대차3법’ 졸속 추진으로 전월세 시장은 초토화됐다. 이 모든 게 정부가 규제 위주의 반시장적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다.

집값 급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문 대통령은 결국 집권 5년 차인 올해 1월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4·7 재보선 참패를 당하고선 “부동산 때문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정부는 뒤늦게 3기 신도시 조성, 공공 주도 재건축·재개발 등 공급 확대로 돌아섰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 이쯤이면 정부·여당 안에서도 규제와 세금으론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할 법도 하다. 그런데 여권 유력 대선 주자들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따르겠다고 다짐한다. 오히려 더 시장을 옥죄는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누가 더 센 규제 카드를 구상하고 있는지 경쟁하는 듯하다. 급기야 집값을 통제하고(이재명) 토지 거래를 제한하며(이낙연) 세금을 더 올리자(이재명·이낙연)는 공약까지 나왔다.

공급 정책도 민간이 아닌 공공 주도 공급 확대라는 정부의 기조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참혹한 부동산 정책 실패를 목도하고도 답습하려는 용기가 부러울 따름이다. 당내 경선을 의식한 때문일까, 아니면 세 번째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정말 믿기 때문일까.

#. 부동산은 억지로 누른다고 잡히지 않는다.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반면교사다. 그릇된 정책을 바로잡기는커녕 더 고삐를 죄겠다는 건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약을 보면 집값이 보인다고 했다. 오죽하면 여권 대선 후보가 당선돼 재집권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돌겠는가. 실제로 요즘 돌아가는 대선판이 심상찮다면서 집값 폭등 시즌3에 대비해 보험 드는 심정으로 집을 샀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적잖게 볼 수 있다.

집값을 잡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중 여윳돈이 다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리면 금세 잡힌다. 이념에 매몰된 정책 때문에 온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부동산 실패는 두 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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